사람이 주인입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

도시락만 안 쌌을 뿐이지 주변 사람들은 무던히도 문용식 대표(49세)를 말리고 다녔다. 1994년 창립 멤버였고, 사원번호 1번으로 열심히 일해 왔던 회사 '나우콤'. 제 손으로 이름 짓고 출생신고 했던 회사가 설립 7년 만인 2001년 경영 위기에 몰려 그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왜 부도 직전에야 대표를 시키나'하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주위에서는 '망한 회사의 CEO'라는 불명예만 남을 거라며 거절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함께했던 직원들이 아직 거기 있기에 문용식 대표는 '나우콤' 대표 자리를 수락했다.

나우누리를 잊어라

'나우콤'은 최근 손수제작물(UCC)의 대표 사이트로 떠오른 '아프리카(www.afreeca.co.kr)'를 운영하는 회사다. 아무래도 '아프리카=동물의 왕국'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면 PC 통신 '나우누리'를 떠올려도 좋다. 천리안, 하이텔과 함께 온 국민을 '채팅'으로 날밤 새우게 했던 그 나우누리 말이다.

역사를 전공한 문용식 대표가 IT를 선택한 건 '생계'를 위해서였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다 감옥행. 취업도 못하고, 돈도 없어서 IT에 도전했다.'는 흔한 얘기는 딱, 문용식 대표의 얘기다. 1994년, '보다 나은'이라는 순 우리말 '나우'와 '콤'을 합해 회사 이름을 정하고, 주목받던 PC 통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름 덕분이었는지 '나우누리'는 대히트였다.

“그때 정말 잘나갔죠. 거대 기업인 KT, 데이콤,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까요. 그렇게 성공에 취해 우쭐대다가 시대가 변하고 있는 걸 놓치고 말았습니다. 주력 상품은 PC 통신 하나인데 시대는 인터넷으로 바뀌었죠.”

그가 대표에 취임한 2001년 나우콤의 현실이었다. 뼈아프지만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나우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분사했다. 인터넷을 '선택'하고, 그것에 모든 것을 '집중'한 셈이다.

동영상에서 금맥을 캐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력상품이 필요했다. 눈과 머리를 좌우 15도씩 돌려 세상을 넓게 보고, 획기적인 새 상품을 찾자는 뜻에서 '좌우 15도 운동'을 시작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버린 안목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문용식 대표는 직원들을 무조건 밖으로 내쳤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경쟁사 직원을 만나고 오라고 다그쳤고, 그 자신도 하루에 몇 명씩 경쟁업체 CEO를 만나러 다녔다.

그렇게 발품 팔아 캐내 온 사업 이 바로 '동영상'이었다. 활자 시대가 자연스럽게 영상 시대로 옮겨왔듯이 인터넷에서도 곧 '영상 시대'가 열리리라 예측했고, 대용량의 동영상을 저장하고 빠르게 전송하는 '피디박스'와 '클럽박스'를 열었다. 결과는? 빙고! 대성공이었다. 피디박스는 매출박스가 됐고, 취임 2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요즘 UCC 사이트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프리카'도 '동영상'과 '웹 2.0'을 특화한 나우콤의 야심작이다. 아프리카는 개개인이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로 캠코더, 혹은 데스크 톱만 있으면 누구나 1인 방송가로 변신할 수 있다.

“아직 '1인 생방송'은 이르다는 사람도 많았죠. 하지만 끼와 개성이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일단 맘껏 놀 수 있는 자리만 만들어 주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렸다. 한 주식 전문가는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는 주식 강좌를 열었고, 기자 출신의 할아버지는 라디오 방송국을 꾸렸다. 동시에 수백 개의 게임이 방송되는 통에 게임 마니아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좋은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곳

여러 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문용식 대표가 믿은 것은 바로 '사람'이다.

“IT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부가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대기업이 고전하지요. 그러니 직원이 회사의 주인일 밖에요. 주주가 바뀌어도 회사는 그대로지만, 직원이 바뀌면 회사가 변하잖아요.”

이런 원칙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다. 지난 1995년, 동아일보와 함께 '전국 순회 인터넷 강좌'를 진행했다. 이 강연은 건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날 정도로 대박이었다. 덕분에 '나우콤'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전국에 나우콤의 이름을 알린 이 사건은 '사원 문용식'의 제안서 3장으로 시작해, 1주일 만에 완성됐다. 직원의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유연함이 대박 기획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문용식 대표는 사원들에게 멍석 깔아 주고 구경만 한다. 직원들이 잘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장의 몫, 그 안에서 신나게 놀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아프리카라는 멍석을 깔아 놓았더니 네티즌들이 더 신나게 노는 것처럼, 나우콤 직원들도 멍석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