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체인점 사장님들

94년에야 국어사전에 정식 등재된 ‘삼겹살’은 원래 음식 취급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주로 탄광에서 분진을 많이 마시는 광부들이 조금이나마 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섭취했다는 게 유력한 삼겹살 탄생 유래다. 그들은 돼지 비곗살이 기관지나 폐에 붙은 먼지를 없애 깨끗이 해 준다는 속설을 믿었다. 때론 이런 속설이란 것도 실제 경제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소문에 따라 줏대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어떤 주식가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중국발 황사로 조금이나마 폐에 차인 먼지를 씻겨내고자 삼겹살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따라 삼겹살을 앞세워 장사하는 프랜차이즈 CEO들 손길도 바빠졌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도움을 받아 삼겹살 프랜차이즈 중 요즘 성장세나 규모로 두각을 나타내는 관련업체 사장들을 선정해 만나봤다. 이들은 모두 이씨 성을 가졌다는 점만 같을 뿐 각자 걸어온 길은 전혀 달랐다.

참고로 삼겹살 하나로 200여개가 넘는 지점을 일군 ‘돈데이’의 김태진 사장은 본사 사정상 인터뷰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환중 돈돈촌 사장 - “저가전략으로 단기간 100호점 돌파”

■저가 돼지고기 전문점 돈돈촌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환중 시골촌 사장(48)은 이른바 ‘돈돈’자 돌림 가게를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평가된다. 인터뷰 자리를 함께했던 최형종 돈돈촌 경영기획실 실장은 자신이 알기로 “지난해 돈돈촌 성장세를 보고 작년에 18군데나 비슷한 상호를 따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돈돈촌이란 이름으로 5개월만에 프랜차이즈 100호점 달성이란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유는 철저한 저가전략에 있다. 이 사장은 “돼지갈비, 삼겹살, 냉면류 등을 모두 3300원대로 가격을 저렴하게 균일화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 사장은 원래 주로 가마솥을 도소매하던 직업을 가졌다.

주방기구를 음식점에 공급하는 일을 하다 보니 본인 일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 고심하던 중 사업 소재가 떠올랐다. 솥단지 위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고객에게 향수를 자극하면서 장사도 잘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서다. 이래서 탄생한 게 ‘고향솥단지삼겹살’이란 브랜드. 2001년에 개업해 현재 200개점 가맹을 돌파한 이 프랜차이즈는 현재 대표 자리를 지인에게 넘겨 독자적으로 커가게 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초 가맹점을 받기 시작한 ‘돈돈촌’과 ‘시골솥단지삼겹살’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 이유를 밝혔다. 둘 다 지난 삼겹살 사업 영역을 종적으로 혹은 횡적으로 넓혔다. 현재 가맹점 80개 수준인 시골솥단지삼겹살이 국내산 고급 삼겹살 재료를 쓰며 사업 아이템에 종적으로 집중했다면 돈돈촌은 돼지갈비로 주력 사업을 넓혀 횡적인 발전 전략을 펴는 셈이다. 돈돈촌에서는 요즘에도 6000원대 소고기를 메뉴에 도입하는 등 기본 콘셉트에 맞는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지난해 누적 200여개 가맹점 모집이 목표다.

이 사장은 요즘 황사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그는 사당점 경우를 예를 들며 “이번 황사로 월 평균 1억원 매출에서 요즘 1억2000원 정도로 실적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병길 큰들 사장 - “기존 성공아이템과 시너지 노려요”

■숙성김치삼겹살전문점 ‘큰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큰들F&B의 이병길 사장(42) 역시 “자연적인 요인으로 전년대비 20% 영업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해 15% 매출이 향상된 셈이다. 여기서 자연적인 요인이란 다름 아닌 황사를 얘기한다. 90년대 중반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온 업계 터줏대감인 이 사장이지만 삼겹살을 주력으로 한 프랜차이즈를 운영한 기간은 길지 않다.

부동산컨설팅을 업으로 하던 이 사장은 지난 96년 ‘후지우동’이란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장으로서 첫 삽을 떴고, 98년 출시한 ‘가마고을 가마솥밥’으로 히트를 날렸다. 2004년 말부터 시작한 삼겹살전문점 ‘큰들’ 브랜드는 이런 가마고을 성공 이후 회사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기존 가마솥밥 메뉴에 대중적인 음식인 삼겹살을 결합했다. 이 사장은 “두 아이템 모두 시장조사를 해보면 불황에도 꾸준한 매출 실적을 보인다”고 생각해 숙성김치삼겹살전문점을 고안했다. 지난해 1월부터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큰들은 현재 52개점을 돌파했다. 조만간 50개점이 더 오픈할 예정이라 올해안으로 100호점 돌파가 유력하다.

큰들F&B는 현재 큰들(숙성김치삼겹살), 가마고을(솥밥전문점), 홈벤토(일본요리 홈 서비스), 하루야(돈까스), 후지우동 등 5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총 가맹점 수는 400개에 육박한다.

■ 이호경 떡쌈시대 사장 - “실패 경험이 성공 밑거름”

■ 떡쌈시대 최근 성장세는 업계에서 알아준다. 이호경 FR푸드시스템 사장(38)이 처음 가맹점을 받은 2004년 이후 현재 전 지점 매출이 30% 이상 늘어났다. 가맹점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이 사장은 “매일경제신문 쪽에서 인터뷰 왔던 올 2월엔 가맹점 수가 본점을 포함해 18곳이었지만, 두 달 새 25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것도 대부분 가맹점이 저녁시간이 되면 30분~1시간 정도 줄을 서야 입장 가능할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 사장도 처음부터 사업 수완을 발휘한 건 아니다. 지금의 성공 아이템인 삼겹살이 과거엔 실패의 아픔을 안겨주기도 했다. 매실금통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답시고 99년에 떨치고 나온 회사로 재입사해 다시 6개월간 근무해야 했다. 당장 생계를 위해서였다. 어떻게 보면 암담한 추억이 될 수 있었지만 재기의 꿈을 꾸던 그에겐 소중한 시간이었다.

“옛 직장에 돌아갔을 때도 창업의 꿈을 접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은 오히려 지난 실패 요인에 대해 무척 생각을 많이 했죠.”결국 주위에서 자금을 변통해 예전 실패경험을 맛봤던 종로의 실평수 65평짜리 가게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일단 33개 테이블을 25개 수준으로 낮춰 고객 편의를 먼저 고려하고 아이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외국의 또띠아나 밀전병을 참고해 성공 메뉴인 ‘떡쌈’을 개발한 것이다.

종각쪽으로 본점을 옮긴 떡쌈시대는 떡피에 삼겹살을 싸 소스를 골라 찍어먹는 음식으로 유명해 특히 대학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 가맹점 80개 돌파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