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승자의 언어요, ‘욕망’은 패자의 언어다.<섬마을 이야기> 신양호 대표

‘왕의 남자’. 단연 국내 영화계 화제를 몰고 왔던 작품이다. 1230만 명이라는 관객을 끌어 모아 영화계를 들쑤셔놓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상영 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불과 44억 원의 저예산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흥행기록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 그 실마리를 푸는 데는 <포유프랜차이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산물 전문 음식점 <취하는 건 바다> <섬마을 이야기> 를 전개하고 있는 <포유프랜차이즈>.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신양호 사장, 신흥호 소장. 신 사장과 신 소장은 친형제간이다. 이들을 이해하는 코드는 ‘의지와 욕망’이다. 의지는 승자의 언어다. 욕망은 패자의 언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일 따름이다. 의지와 욕망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결과물로서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사업은 꿈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에 직면해서 움츠러들고 부서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그 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는 성공에 이르는 계단을 오를 수 없다.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만 성공이라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다.

<포유프랜차이즈> 시작은 동생인 신흥호 씨의 몫이었다.

그대의 머리에 눈이 쌓일 때 나는 잠들지 않았네

어깨를 흔드는 손. 그는 가만히 그 손을 잡아본다. 가녀린 손이다. 떨고 있다. 그 손을 잡고 한참동안 그러고 앉아 있었다.

한순간 가녀린 손이 그의 머리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을 털었다. 잠깐 조는 사이에 눈이 내렸나보다. 그는 2층 계단에서 가까스로 일어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3층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보금자리야 월 10만원하는 셋방이다.

방문을 열 즈음 멀리서 인기척이 들린다. 신문배달 아니면 우유배달 아저씨 일 것이다. 가녀린 손도 그를 따라 들어온다. 그러나 가녀린 손을 차마 보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는다. 방바닥에 누우니 이제야 겨우 하루가 지나갔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전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겨우 2시간 남짓의 틈만 있을 뿐이다. ‘잠은 감히 누릴 수 없는 사치’라는 것도 물론 잘 알고 있다. 사업에서 망했기 때문이다.

“경기 양주시 덕정리에 CK(중앙 공급식 주방 식재 제조)공장을 차렸습니다. 1992년부터 한 4년을 운영했는데 3억6000만원 빚만 남더군요.”

“손에 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제 장사를 해요. ‘죽은 점포 살리는 일’로 직업을 삼았어요. 다행히 아무리 장사가 안 되는 점포라도 두 세 달 제 손에 거치면 살아났어요. 한 번에 두세 개씩 점포 살리는 일을 했습니다.”

그가 새벽녘에 집에 들어오고 아침 해가 뜨기 전, 집을 나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말이다.

“밖에서 일하다보면 안 좋은 일도 당하고, 화도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아내에게 우거진 얼굴을 보이기가 뭐하잖아요. 그래서 집에 들어오기 전에 꼭 담배를 한가치 뭅니다. 마음을 진정하고 들어갈라고요. 그런데 담뱃불 붙이다가 그만 잠이 들어요.”

3층으로 올라가는 2층 계단 에서 그는 숱하게 잠을 잤다. 담배를 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력, 그 한 층을 올라갈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속에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부은 그의 하루는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아내는 귀신같이 저를 찾아요. 만화방, 동네놀이터, 벤치 등지에서 잠을 자고 있으면 아내가 찾아오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는 한잠도 자지 않았어요. 제가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내는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있었지요. 그러고 나서 저를 출근시키고 자신도 직장에 나갔지요. 3년을 넘게….”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무려 3년여. 서울 상도동 단칸방 시절의 얘기다. 한겨울에 내리는 눈은 축복이다. 그러나 한밤중에, 아니 새벽녘에 내리는 눈은 눈물일 수밖에 없다. 그의 얘기를 듣다보니 눈 내리는 한겨울 날 새벽녘 가로등불이 왜이래 창백한 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눈물이 핑 돈다.

배달 식당으로 히트를 치다

지난 1985년 봄. 서울 동대문 포목시장에서 한 귀퉁이에 10평 내외의 조그만 식당이 오픈 됐다. 시장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배달전문 식당으로 주 메뉴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한식이었다. 친구와 동업으로 차린 식당이었다.

식당 차리기 1년여 동안 서울 연희동 종로 등 커다란 고급 식당에서 밑바닥에서 배운 솜씨로 시장사람들을 휘어잡을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이 일은 시작도 하기 전에 그만둘 처지가 됐다. 장사가 되지 않았다. 1인분에 700∼800원하는 찌개를 하루에 겨우 40∼50 그릇을 팔았다. 월세 걱정부터 앞섰다.

‘아차’하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홍보부족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먼저 자신을 희화화시켰다. 종을 흔드는 샌드위치맨. 영락없이 옛날 서커스 홍보를 하던 광대 꼴이었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더군요. 첫날 20그릇의 단체 주문이 왔는데, 그것을 펑크 냈어요. 다음날 30그릇 주문도 펑크 내고….”

배달 아줌마를 찾았다. 아줌마를 고용하고부터는 하루에 250~300그릇 판매가 어렵지 않았다. 장사의 맛에 빠져들었다. 자신감도 다시 찾았다. 일은 고되지만 하루하루 생활이 즐거움 자체였다.

“한시를 쉴 틈이 없었습니다. 1년 남짓 할 동안 돈을 많이 벌었지요. 그 돈으로 이듬해 말 서울 강남역 인근에 대형 양식당을 차렸으니까요.”

양식당으로 웃고,CK공장으로 울고

크게 성공하려면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아야한다. 잘 되지만 규모가 작은 동대문 식당을 접었다, 크게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꿈틀거렸다. 1985년 말 그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바다가재, 스테이크 등을 주로 하는 양식당을 개업했다. 무려 180평 규모인 대형 식당이다. 양식당 이름은 ‘코코 샤넬.’

“바다가재 코스 요리가 2만 원 정도일 때 ‘코코 샤넬’에서는 와인 한잔을 포함해 7000원에 판매했습니다. 저가 판매가 가능했던 것은 물건사재기 때문이지요.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바다가재 꼬리 800만원어치를 싹쓸이했습니다.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이지요.”

물류만 장악한 것이 아니다. 모 호텔 조리장을 주방장으로 확보했다. 젊은 나이에 외식업의 승부지수인 물류와 인재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베팅을 한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당연히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100,200평 규모의 양식당을 7,8개 운영했지요.”

1985년 말부터 시작한 양식당은 86,88 올림픽을 거치면서도 조금도 퇴락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그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이 처음 생각한 만큼 큰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자연히 식당 사장들 모임에도 나가지 않게 되고….”

일에 재미가 없었다. 생각하면 바로 행동하는 것이 신흥호의 기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CK공장(중앙 공급식 주방 식재 제조공장)에 눈을 돌린 것은 1992년. 양주시 덕정리에 덜컥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덕정리 공장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허가가 나지 않아 무허가로 시작하는 것 자체부터가 의심스러웠고, 영업 마진 또한 그리 신통치 않았다. 3년여 만에 공장을 말아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빚마저 지게 됐다.

그리고 이후 또 3년여 동안 앞에서 얘기한대로 그 빚을 갚기 위해 낮과 밤이 없는 생활을 보내게 된다. 산다는 의미를 찾을 시간조차 없는 날들이었다. ‘무감정한 날들의 연속’, 그가 기억하는 당시의 편린이다. 그러나 그는 혹독한 시련에 휘둘렸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무기력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좌절케 하는 사건과 관계로부터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에게서 필자는 강력한 리더의 탄생을 읽는다.

워렌 베니스에 따르면 그 시기는 ‘단련기’다. 단련기는 사람들이 최소한 한차례 인생에서 결정적인 경험을 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가 수련의 장인지 단지 고된 시기인지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그릇에 달려있다.

‘최고의 성공을 달성하려면 우선 고달픈 경험부터 해야 한다’ 딘 케이스 사이몬튼의 주장을 단련기와 연관시켜 생각해 보자.

<섬마을 이야기> <취하는 건 바다>의 씨앗

다시 눈 내리는 계절.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자리, 딱 한 잔 술을 마시고 싶었다. 선술집에 들어갔다. 소주 한 병과 안주. 너무 많아 보였다.

“남들이 먹다 남은 소주 반병과 안주를 1/3만 주시겠어요. 돈은 제값 치를게요.”

술집 주인이 힐끗 쳐다본다. 가당치 않다는 표정이다. 마개를 따지 않은 소주 한 병과 푸짐한 안주를 내놓는다. 실랑이를 하기에는 몸이 너무 지쳐있다.

‘진짜 한두 잔만 먹고 갈 텐데….’ 혼자 중얼거릴 따름이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갖고 있더군요. 소주 반병, 또는 잔술을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에 맞춰 술과 안주를 파는 데가 없다더군요. 어느 날 갑자기 기회다 싶더군요. 느낌이 팍 왔습니다.”

정말로 큰 시장 기회는 사회의 주변 어딘가에 길들여지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존재 한다’ 는 말은 사실이었다. 아직은 미지의 시장이지만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자기 확신은 자신의 능력 뿐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도 역시 믿음을 갖게 하며, 주변을 전염시키는 강력한 인플레엔자다. 탁월한 리더는 자기 확신이라는 테마를 갖추고 있다.

1999년, 세기말은 흔히 말하는 절망과 퇴폐의 시기가 아니었다. 신흥호에게는 약진의 도약대였다. CK공장을 하다 진 빚도 얼추 다 갚았다. 2000년 1월, 21세기 태양이 밝게 떠올랐다. 희망의 빛이다.

주류시장을 택하다

‘대기업하고 싸우지 않겠다.’ 나약한 마음의 발로가 결코 아니다. 현실감각을 갖춘 리더의 생각이다. 그가 커피전문점 시장을 눈여겨보고서도 뛰어 들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생각 때문이다.

주류시장에 뛰어들기로 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대기업 등 부자가 체통 때문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전 국민이 술을 먹는다는 것은 두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다. 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30,40대 이상인데 이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술집들이 10, 20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생각해보니 주류시장이 커피시장보다 훨씬 컸다. 평범한 시장이 결코 아니었다.

주류시장에 뛰어들면서 그는 술 마시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네 어귀에서 술과 식사를 하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을 그렸습니다. 물론 싱싱하고 먹을 만한 안주를 들면서요. 한마디로 지역밀착형 한국형 카페를 계획했지요.”

시기도 적절했다. ‘공급과잉이고, 남는 게 없다’며 사람들이 쉽게 주류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에는 남들이 불평할 때 기회를 얻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계획은 1998년에 세우고, 현장에 뛰어든 것은 1999년 겨울에 접어들 무렵. 그해 11월에 <588이야기>를 시작으로 , <뚝섬이야기> <우리네 주막>, <옹기종기>등 비슷한 컨셉트의 주점 7개를 연이어 탄생시켰다.

본 게임은 2001년 8월 ‘<섬마을 이야기> 남성점이 탄생하면서부터. 이에 앞서 그해 6월 <섬마을 이야기>를 운영할 회사로 <포유 프랜차이즈>를 설립했다. 당신을 위한다는 뜻이다.

<섬마을 이야기>는 싸구려 주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 시작부터 서민들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바다에서 나는 것을 주 메뉴로 택한 전략도 신선했고, ‘한잔 술, 싱싱한 안주 한 접시’ 컨셉도 주목을 받았다. 시끌벅적하게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동업자를 만나다

1999년 1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앙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결산 세미나 장. 모양을 중시하는 자리고, 더구나 연말이다 보니 어수선해야 할 터인데 강연장은 숙연한 분위기다. 아니 열띤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람들은 강단에서 손짓, 몸짓 을 섞어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는 꽁지머리를 한 연사에게 몰입돼 있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를 퍼부었지요. 죽은 점포 살린 얘기, 동업에 관한 단상 등을 경험에 입각해서 풀어나갔습니다.”

강연을 마친 그에게 한 사람이 찾아왔다. 현재 <포유 프랜차이즈>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장호 씨. 그가 뜨겁게 신흥호의 손을 잡았다.

동업의 시작을 알리는 이 만남은 <섬마을 이야기> 전개에 가속이 붙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장호 씨가 자금을 대고, 신흥호 씨가 경험과 기술을 대는 절묘한 화합이 이루어졌다.

“특히 주류업체 사람들이 말리더군요. 동업을 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동업이 안 된다. 친한 사람끼리는 절대 동업하지 말라는 충고가 있다. 이심전심의 농경문화에 뿌리 깊은 우리네 정서는 계약을 꺼리게 된다. 이러한 정서가 동업망국론을 부르는 사정이다. 그러나 신흥호 씨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동업은 사과의 반쪽을 찾는 작업입니다. 동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제 형이 나설 차례

신양호 사장은 이력은 독특하다. 그의 전직은 건설회사 전문경영인. 그 이전에는 국회의원보좌관, 장관 비서관 등을 거쳤다.

<포유프랜차이즈>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4년 6월. 처음에는 고문으로 참여했다. 본격적인 경영참여는 1년 후로 미뤄진다.

고문직에 취임하자마자 신흥호 사장이 그에게 기획안을 가져왔다. 지금은 제 2브랜드로 정착된 <취하는 건 바다>의 초안이었다. 신 고문은 그 기획안을 제켜뒀다.

“경쟁업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더군요. 급변하는 시대변화에 맞지 않은 기획안이었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그러나 신 고문의 생각은 달랐다.

“일반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진 기획을 요구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프랜차이즈인지, 소비자의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 위기 대처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의 요구사항에는 다양성 인정, 행복추구 등 철학적인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해 12월 다시 올라 온 기획안도 폐기처분했다. 이번에는 물류에 대한 인식부족을 이유로 달았다.

2005년 3월 세 번째 기획서가 올라왔다. 그런대로 준비된 보고서라는 판단이 들었다. 보고서안대로 2개의 점포에 시범 적용했다. 사소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다시 수정, 그해 6월에 최종 보고서가 완결됐다. <취하는 건 바다>는 사실 준비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브랜드였다. 그만큼 내공수위도 깊다.

신양호 씨, 사장으로 취임하다

<취하는 건 바다>의 기획안을 검토하면서 그의 생각은 점차 바뀌었다. 경영 CEO 출신답게 프랜차이즈 관련서적을 독파하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듬었다. 그는 남다른 시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을 관찰했다. 프랜차이즈 산업분야를 다루는 정부 부서가 따로 없고, 본사에 대한 신뢰가 없고, 연구가 없다는 3불 현상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매력이 끌렸다.

"분명 산업은 존재하는데 이를 담을 그릇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원석이 길가에 나뒹굴어졌다고나 할까요.”

전면에 나섰다. 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2005년 6월 그러니까 고문으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만의 일이다. 신흥호 씨는 한국해산물식품연구소를 설립,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양호 사장의 취임 일성은 <포유 프랜차이즈>의 1등 기업 선언. 그러기 위해서 글로벌화 된 시장 환경과 다양성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동시 <취하는 건 바다> 가맹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그해 8월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첫 번째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장기불황 속에서 그만그만한 아이템으로 식상해있던 사람들은 <취하는 건 바다>에 주목했다. 창업박람회기간이 끝난 후에도 가맹점 오픈 요청이 연이어 나왔다.

슬로 앤 퀵(Slow &Quick)가 아니라, 퀸 앤 퀵(Quick &Quick). 널뛰기 장세가 펼쳐졌다. <취하는 건 바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창업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한 달에 30여 개 이상 가맹계약이 이뤄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순식간에 예비 가맹점수를 포함, 가맹점수가 200여개를 훨씬 넘기게 됐다.

그러자 신 사장은 2006년 가을을 기점으로 취하는 건 바다의 고속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고속행진에는 항상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가맹점관리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대신<섬마을 이야기>전개에 힘을 쏟아 붓고 있다. 해산물 식사와 관련된 제3브랜드 런칭과 전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라

의문이 생긴 그곳에 바로 해답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이 생기는 지점에서 눈을 감아 버린다. 성공하겠다는 욕구만 있지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취하는 건 바다>는 1일 배송에서 경쟁력을 찾았다. 국내 굴지의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불가능하다’, ‘비용 발생이 많다’고 포기한 ‘1일 배송’시스템을 과감히 성공의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포유만의 차별화 정책이다.

2005년 말과 ,2006년 초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오랜 만에 내린 폭설로 전국, 특히 호남지역은 교통이 마비됐다. 문제는 1일 배송을 하는 <취하는 건 바다>의 물류 시스템이었다. 목포 등 호남지역에는 다수의 가맹점이 포진해 있었다. 물류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손을 들었다.

그러나 신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어떻게 해서든 물건을 갔다 줘라.”

물류담당직원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물류배송에 매달렸다. 직원들이 밤잠을 자지 못했다. 덕분에 폭설기간 내내 하루도 배송을 빼놓지 않았다. 어려운 배송을 끝내고 나서 신 사장은 말했다.

“고객과의 약속, 가맹점과의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우리의 일이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라’는 신 사장의 지침. 이 말은 사람을 열정으로 몰고 가는 매력적인 말이다. 단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에 한해서다.

‘남들이 안하기 때문에 소니는 하고, 남들이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니는 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 ‘소니’의 기본 철학과 똑같은 맥락이다.

물론 무리한 배송으로 인해 포유는 물질적인 손실을 많이 입었다. 신사장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공공연히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일로 해서 직원들은 포유의 정체성을 확인했고, 자신들의 사명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탁월한 경험도 했다. 탁월한 경험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일에 대한 ‘관심’, 고객에 대한 ‘관심’이다. 관심은 장차 포유를 강한 기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가맹점들도 포유의 1일 배송시스템 뿐만 아니라 본사의 전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읽게 된 것은 불의의 소득이었다.

물류배송과 관련, 신사장의 의지를 읽게 해주는 대목은 연이은 CK공장의 설립이다. 2005년 10월에 포유 푸드빌 제1 CK공장, 2006년4월에 포유 푸드빌 제2CK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을 통해 포유프랜차이즈는 소스류, 해물류, 냉동품, 채소, 과일 등을 전국 가맹점에 직접 배달해주고 있다. 물류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지는 무엇보다 확고하다.

삼성 이상 봉급을 줘라

2006년 1월. 신 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씩씩거리는 폼이 일을 한번 저지를 폼 새다. 그 앞에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새벽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한번이라도 나가봤어. 새벽에 그곳에 도착한 화주들과 한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눠봤어. 어떤 타입의 농산물이 팔리는지, 좋아하는지 알아왔어. 그랬다면 당신이 이런 작태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야.” 전날에도 분명 밤늦게 까지 일한 직원을 그는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신 사장이나 신 소장은 성공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려는 직원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나 혹독하게 다루는 직원은 오히려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인재교육, 인재 육성과 확보에 대한 생각은 각별하다. 해외연수, 국내 대학연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있다.

신 사장은 직원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대신 보상도 철저히 해주고 있다. 업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곳이 포유다. 슈퍼바이저에게도 4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주는 곳은 포유뿐이다. 슈퍼바이저 연봉이 2000만원이 안 되는 프랜차이즈 많은 현실에서 <포유프랜차이즈>의 연봉체계는 대단한 것이다.

신 사장은 조만간 포유의 직원들에게 삼성그룹 이상의 월급을 제시할 생각이다. 포유의 실험은 흥미롭다.

“회사의 비전을 믿어달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직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당장의 돈입니다.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제시하고 회사를 믿고 따르라는 것이 순리입니다.”

<포유프랜차이즈>에는 나중이란 단어가 없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연봉을 대폭 올려주고 보상하겠다는 말은 완벽한 거짓이다. 특히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나중’은 유명하다. 그래서 <포유프랜차이즈>의 실험이 더욱 값지지 않을 수 없다.

<왕의 남자>가 성공한 이유와 <포유>

대형 프로젝트는 지나친 감시를 받게 되고, 이는 곧바로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처음에 추구했던 독창성과 괴팍스러움도 사라진다. <왕의 남자>와 동시 상영된 대형 프로젝트 <태풍>의 경우처럼 문제는 없으나 평범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대형 프로젝트가 무너지는 이유에서 왕의 남자가 성공한 이유를 찾는 것은 어떨까. 투자자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제작자겸 감독인 이준익 씨 어깨 짐을 덜어 주었을 것이다. 그들로부터 감시와 참견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말이다. 또한 감독은 파괴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고 규격화된 연출을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객들이 즐긴 것은 그런 파격과 파괴다. 파괴적인 열정도 뜨겁게 느꼈을 것이다.

신 사장과 신 소장은 일에 있어서는 짜증을 낸다. 짜증은 성공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꼭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의도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초조해한다. 그들은 문제가 없으나 탁월함도 없는 일처리를 원하지 않는다. 평범한 것에 대해 늘 불만족스러워한다. 그러나 이 짜증이 혁신의 중요한 원천이다. 혁신은 포유를 업계 리딩 업체로 이끌 창조적 파괴다.

신 사장의 짜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즐겨 쓰는 말, ‘글로벌’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가치들이 사장된다. 이를 테면 퇴근 후의 삶이란 단어는 없다. 일과 삶 사이에는 균형이 없고, 창조적 긴장만 있다. 글로벌경제는 균형을 거부한다. 점진적 개선이란 말도 없다. ‘개선과 보수’ 대신 ‘파괴와 재창조’만 있다.

‘왕의 남자’의 파괴적인 상상력과 ‘포유’의 혁신은 맥락을 같이 한다. 신 사장과 이 감독 둘 다 성공에 목말라 하고, 이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놀라울만한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도 같다.

댄스파트너

위대한 성공의 배경에는 강력한 파트너 쉽이 존재한다. 세계적인 기업 중 전략적 파트너의 역할이 경시된 적이 있었던가. 해리 손번이 없었다면 레이먼드 크록이 전세계에 <맥도널드>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혼다 소이치로도 후지사와 다케오 라는 명 파트너를 만나고 나서야 <혼다>를 세울 수 있었다. <나이키>를 세운 필 나이트와 보워먼은 어떤가. 이들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끝없는 힘을 발견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공신화로 바꾸어 놓았다.

신흥호와 박장호, 그리고 신양호와의 만남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이들의 만남으로 <포유프랜차이즈>는 성장속도를 낼 수 있었다. 산술적 증가속도가 아니라 기하급수적 속도 말이다.

사업은 댄스로 비유할 수 있다. 홀로 추는 춤보다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이 보기 좋다. 화려하고 때로는 자극적이다. 치명적인 유혹에도 쉽게 빠진다. 그러나 혼자 추는 춤은 아무래도 유혹적이지 못하다. 유혹할 수 없는 댄스는 영감을 주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