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CEO를 위한 내조의 힘, 외조의 힘

내 남편, 내 아내 성공 CEO 만들기

“제 아내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묵묵히 뒤에서 뒷바라지해준 남편이 너무 고맙습니다.” 시상식 영화배우들의 코멘트가 아니다.

중소기업 CEO들이 그들의 아내나 남편에게 바치는 말이다. 특히 자수성가한 CEO들이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꼽는 것은 아내의 내조, 남편의 외조다. 자금 마련, 손님 접대, 신제품 평가, 입소문 등 1인 다역을 해내는 아내나 남편의 조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내조 1_인맥관리에서 재테크까지 만능 아내

아내의 칭찬과 격려가 남편의 사회활동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예가 많다. 아내는 남편의 성공을 도운 조력자이자 놀라운 솜씨로 부를 축적해 남편을 지원한 동반자이기 때문인데, 남편을 성공시킨 여성들의 공통점, 남편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보고 그의 꿈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사실 사업가 부인 하면 팔자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보다도 고생하겠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고, 중소기업 CEO 부인 중에는 남편만큼 고생을 한 사람도 많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사정이 더욱 어렵다.

거창도자기를 운영하는 정화영 사장의 부인 오순자 씨는 남편이 한국도자기에 다니던 샐러리맨이던 시절부터 사업체를 경영하는 지금까지 남편의 인맥을 성공적으로 관리해 왔다. 1997년 경북 고령에서 홍익아트세라믹이라는 도자기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IMF 외환윙기 한파를 맞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환경친화적 제품인 도자기가 인기를 끌면서 인정받는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감성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오씨의 친화력과 사교술은 남편의 인맥관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오씨의 인맥관리 비결은 집에 찾아오는 남편의 손님에게 때로는 가족처럼, 때로는 최고의 VIP로 대접하는 상황별로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신혼 초 짓궂은 남편 친구들이 새벽에 대문을 두드릴 때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는 오씨는 ‘인연은 다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가식적인 친절은 금방 드러나고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준다. 늘 진심에서 우러나는 그의 친절에 그의 집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편의 회사에 기꺼이 투자해 주었다.

내조 2_남편의 성공은 아내 하기 나름

온달을 장군으로 만든 평강공주도 울고 갈 만큼 요즘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남편을 돕는 아내들이 많다. 남편과 회사 일을 함께 고민하고 상담자 구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자 마인드를 갖게 된 CEO 아내들이 직접 창업을 해서 남편을 돕는 것이다. 부평역 근처에서 셀프다이어트방을 운영하는 김환이 사장, 그녀의 남편은 벤처기업을 운영해 연매출 12억 원을 올리는 중소기업 경영자다.

평소 몸매를 관리하기 위해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고 있던 김 사장은 TV에서 셀프다이어트방 아이템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막상 창업을 하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남편도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2004년 3월 가게 문을 연 후 매월 800만 원 정도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 돈으로 생활비 전부를 충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하는 남편에게 돈을 빌려 주기도 한다.

광명시 철산동에서 가격 파괴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강혜란 사장은 생활비 충당은 물론 남편 회사와 거래처 사람들의 부인을 초대해 무료로 피부 관리해 주면서 영업효과와 인맥관리 등 일거다득의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가스렌지 전용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이 경기침체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돈을 벌어 남편의 중압감을 덜어 주고 싶어 창업했는데 일하는 것이 즐거워 계속할 작정이다. 강 사장이 돈을 벌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남편에게 더는 돈을 타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남편이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진 점, 더 나아가 남편 사업에 활력이 된다는 점이다.

외조_트로피 남편, 조언자에서 사업 파트너로

미국에서는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 일하는 아내를 위해 ‘외조 하는 남편’을 말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우리 사회에서도 ‘남편들의 외조’가 톡톡히 한 몫을 담당한다. 아내의 내조가 안정적이고 모성이 강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 부드러운 리더십과 돈에 대한 탁월한 관리능력이라면 남편들의 외조는 좀 더 적극적이다.

일하는 아내를 위해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을 책임지고 나아가 ‘아내는 사장, 남편은 임원’으로 최고경영자인 아내를 보좌하면서 기업을 함께 경영하기도 한다. 스팀청소기로 매출 1천 억 원을 올린 주부 사업가 한경희 대표의 남편 고남석 전무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아내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아내가 스팀청소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올 때도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힘든 상황에서도 아내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밤을 새워가며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지인들을 아내에게 소개해 줬다.

하지만 전자제조업에 문외한이었던 아내가 창립 첫해에 2억 원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사업자금을 거의 탕진해 주저앉아 있을 때에도 ‘다시 대박이 터질 것’이라며 응원해 준 사람이 바로 고 전무다. 아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와 친정집, 시댁집을 담보로 10억 원을 끌어 모아 어렵게 제품을 출시해, 유통망을 고민할 때도 제품광고와 판매가 동시에 가능한 홈쇼핑을 적극 추천했고 결론은 대박이었다. 스팀청소기는 2003년 9월부터 홈쇼핑에 방송 전파를 타면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스팀청소기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고씨는 아예 무역회사를 접고 아내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육아 포털 사이트 베베하우스의 김재국 상무는 창업한 아내를 돕기 위해 잘나가던 직장까지 그만둔 경우. 재무와 쇼핑 사이트를 총괄하며 아내 전미숙 사장을 돕고 있다. 외국계 금융회사 재무담당으로 잘나가던 김 상무는 아내가 1999년 창업한 베베하우스의 사업 규모가 커지자 2001년 아예 합류했다.

무역업을 전공했지만 재무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던 전 사장이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아내가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부터 틈틈이 조언해 왔는데 아내가 힘들어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밀착 외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전 사장은 ‘여자가 혼자 사업하려면 남편이 은행에 보증도 서야 하고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많다’면서 ‘남자 임원이 필요하던 차에 고급 인재(남편)를 저렴한 비용에 영입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처음엔 남편이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의 사업을 돕는 것을 보고 시부모님들이 의아해했지만 지금은 누가 사장이고 누가 임원인지에 연연해하지 않으신다. 전 사장은 ‘특히 돈 문제는 아무에게나 맡기기가 쉽지 않은데 남편이 다 알아서 척척 해주어서 든든하다’면서 ‘중대 결정을 내릴 때도 남편과 상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상무의 외조 이후 베베하우스는 고속 성장하며 지난해 매출 116억 원을 올려 육아 포털 1위로 선전하고 있다.

내조․외조 콤비_ 아내는 경영자, 남편은 핵심기술로 상부상조

이포넷의 이수정 사장과 이득경 기술연구소장은 둘 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영전자 입사 동기다. 입사 동기에서 클린 경영 아내, 핵심 기술 남편으로 성공한 경우다. 1995년 회사를 설립하고 법적으로도 아내가 대표이사였지만, 1996년 남편이 합류하면서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아내가 실장, 남편이 사장 일을 맡아서 했다. 그러나 이득경 소장은 외향적이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아내가 CEO로서 알맞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에게 사장 자리를 넘겨 주었다.

이 소장의 판단은 적중해 이수정 사장이 경영을 맡은 후부터는 일반적인 접대도 하지 않고 인맥도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 기업이지만 무리한 투자 대신 내실 있고 가족적인 경영을 한 덕분에 탄탄한 회사로 거듭났다. 이수정 대표는 핵심기술을 갖춘 남편 덕에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이 클린 경영을 하게 만드는 토대가 됐다.

평강공주는 온달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불행한 여인이 아니라 부와 명예, 사랑을 모두 얻은 여인이며, 대장금의 민정호 또한 야망을 포기한 남성이 아니라 양성평등을 넘어선 양성협력으로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부부간에 진정한 내조와 외조라는 의식 아래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한 그들, 그들의 가정생활 역시 사회생활과 마찬가지로 장밋빛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