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신화 일군 원칙 중심의 리더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자는 “나의 경영이념은 소니와 이해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직원 행복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그들은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소니에 맡긴 사람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소니에 근무해 정말 행복했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라고 늘 말하곤 했다.

소니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50여 년 전 이야기다. 1956년 소니가 개발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갖고 모리타 아키오 사장이 뉴욕에서 라디오 판매상을 만났을 때, 판매상은 “SONY 브랜드로는 팔리지 않을 테니 우리 브랜드를 붙여라. 그럼 10만 대를 주문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당시 이 주문량은 소니 총자본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싸구려로 통했다.

모리타는 브랜드 조건 때문에 상담을 중지하고 동경에 있는 본사와 상의했다. ‘브랜드 문제는 회사가 좀 성장한 후로 미루고, 지금 당장은 자금사정이 어려우니 큰 주문을 놓치지 말아달라’는 것이 본사 의견이었다. 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모리타는 소니 상표를 붙일 수 있는 소량 주문에만 응했다. 그는 소니를 반드시 유명한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 매출을 희생하고 장기적 관점을 중시한 의사결정이 오늘날 소니 브랜드 자산의 토대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30여 년 쌓이면서 소니 브랜드는 세계 정상에 올랐고, 은퇴 회견에서 “당신이 소니를 위해 내린 의사결정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것 하나를 들라면 무엇을 꼽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모리타는1956년 브랜드를 고수한 의사결정을 꼽았다.

1999년 <타임>지에 의해 동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20세기 경제인에 선정된 소니 공동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 회장은 경영이념과 원칙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경영자였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단기적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갖춘 대표적인 경영자였다. 그는 10년 정도 착실하게 쌓아가지 않으면 신용을 제대로 쌓을 수 없다는 것을 늘 강조할 정도로 장기적 안목을 갖고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경영에 임했다. 당시 유명 브랜드를 이용한 OEM 수출 방식을 택하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니 브랜드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50여 년 전에 브랜드와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 원천은 직관력·결단력

모리타 아키오의 결단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모리타 아키오가 언제 어디서든, 즉 걸어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오디오, ‘워크맨’을 만들자고 했을 때 직원들은 ‘그런 제품이 팔릴 리가 없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조사 결과도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모리타 아키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시장조사는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의 목표는 일반인들을 이끄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이 가능한지 모른다. 과거 단순 생산라인에서도 포드사의 결정은 시장조사가 아니라 직관을 통해서였다. 헨리 포드가 일반인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시장조사 결과를 무시했다. 그는 최종 순간에 결단을 내리며 단언했다. “만약 3만 개 이상 팔리지 않으면 회장직을 그만둔다.” 워크맨은 출시 3년 만에 300만 개를 돌파했고 지금까지 무려 3억 개가 넘게 팔리며 소니의 위상을 크게 제고시켰다.

모리타 아키오는 ‘이 제품은 하루 종일 음악을 즐기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집 밖으로 음악을 들고 나가는 것이다. 녹음기능은 필요없고, 헤드폰이 부착된 재생 전용기로 상품화하면 틀림없이 팔릴 것이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다수의 참여에 의한 의사결정, 과학적이고 합리적 기법에 의한 의사결정이 바람직한 의사결정 방법이다.

그러나 합리적 논리는 부족하지만 강한 직관적 확신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위대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 아닌 CEO의 직관에 의해 이뤄졌다. CEO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당연히 결과에 대한 책임도 CEO의 몫이다. 1999년 <포천>지는 워크맨 개발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의사결정 중 하나로 선정했다.

Think Global, Act Local

모리타 아키오는 이부카 마사루와 함께 1946년 도쿄통신공업을 창립했다. 이부카는 기술을, 모리타는 경영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공동창업자 이부카 마사루는 전형적인 엔니지어 출신으로 그는 SONY를 기술력을 갖춘 소규모 기업으로 운영하려 했지만, 모리타 아키오는 일찍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모리타 아키오는 1958년 ‘전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자는 의도로 사명을 누구나 쉽게 발음할 수 있는 ‘SONY’로 개명했다. 소니라는 이름은 ‘사운드’의 라틴어와 어감이 비슷해 일본 냄새가 나지 않아 외국인이 느끼기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1999년 숨을 거두기 전까지 모리타 아키오는 소니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전후 일본 경제부흥의 상징적 인물로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의 위상을 세계시장에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모리타 아키오는 뛰어난 선견지명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한 글로벌 경영의 선구자로 불린다. ‘항상 글로벌한 시각을 갖되, 지역에 밀착하자(Think Global Act Local)’라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도 모리타 아키오의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모리타 아키오는 1993년 영국 왕실로부터 명예 대영훈장을 받기도 했다.

모리타 아키오는 어떤 경우에든 항상 기본 원칙을 지키려 애썼다. 그는 기업 성장과 더불어 종업원이 그 조직 내에서 인생을 함께 성공시키는 조직을 원했다. 그는 “나의 경영이념은 소니와 이해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직원의 행복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그들은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소니에 맡긴 사람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소니에 근무해 정말 행복했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라고 늘 말하곤 했다. 그는 제조나 판매, 소니라는 회사명까지 이 원칙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한다.

모리타 아키오 회장은 “직원 채용은 중요한 쇼핑이다. 가령 한 직원이 정년 퇴직할 때까지 10억 원을 받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회사에서 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당연히 10억 원짜리 물건을 사는 셈이 된다. 이것은 상당한 고가이기에 함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핵심인재 확보를 위한 집중적인 투자를 독려했다. 직원 채용은 기계장치에 대한 투자보다 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불량기계는 자신만 문제지만 사람을 잘못 채용하면 조직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반품도 수월치 않다. 반면에 좋은 인재는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모리타 아키오 회장은 ‘실력 제일주의’ 철학의 소유자였다. 그는 학력보다 유연한 사고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갖춘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40여 년 전인 1966년에 인사제도를 학력 불문 체제로 뜯어고쳤다. 지금도 소니의 입사지원서나 사원이력서에 출신 학교를 기재하는 난이 없다. 그는 또한 이미 30여 년 전에 국적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을 경영진에 포진시켰다.

모리타 아키오는 직원 해고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일시적 경기 후퇴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때 회사는 과감히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 그것은 경영자의 리스크이고 책임이다. 직원들에게는 죄가 없다. 왜 그들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이는 모리타 아키오가 직원 해고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모리타 아키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검소한 기업인으로, 그리고 사원과 경영자가 기업의 운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직 내에 창출함으로써 소니를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