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CEO는 등산, 외식업 CEO는 빵굽고

식품과 외식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스킨십 경영’의 가속도를 밟고 있다. CEO가 생산현장이나 매장을 수시로 순회하며 임직원을 위로하는 현장경영 행보를 강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임직원들과 함께 등산을 하거나 가족음악회ㆍ다과회ㆍ온라인대화 등을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임직원들을 향한 CEO의 스킨십이 조직원의 결속력을 다지고, 궁극적으론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뚜렷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식품 CEO, 동반 등산하고 홈페이지 만들고=동원F&B의 여사원들은 사내 회식 때마다 김해관 사장을 ‘섭외 0순위’로 꼽는다. 김 사장이 회식자리에서 평소 갈고 닦은 춤과 노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직원들의 회식자리를 찾아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초하는 것은 부하 직원과의 스킨십을 통해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조직원의 철통 같은 결속력과 신뢰감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또 며칠 전엔 서울 동부지역 영업부 사원들과 도봉산 등산까지 했다. 또 지난해에 딱딱한 종무식 대신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함께 펼치는 음악회를 선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등산으로 임직원과 스킨십을 하는 것은 윤영달 해태제과 회장이 한 수 위다. 등산 마니아인 윤 회장은 이미 임직원들과 2년 넘게 100회를 상회하는 등산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국내 명산 가운데 해발 1000m를 넘는 산은 모두 동반 등정했다고 한다. 또 윤 회장의 스킨십 경영은 2년째 팀장급 이상 간부사원 전체가 참석하는 저명인사 초청 ‘모닝 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상우 오리온 사장은 사무실에 출근한 뒤 자신의 홈페이지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개설한 개인 홈페이지(메시지 & 토크)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의 홈페이지는 자신의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창고 역할도 한다.

▶외식 CEO, 매장 찾아 식사하고 빵 굽고=남수정 썬앳푸드 사장의 사무실은 대부분 비어 있다.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등 현장경영을 위해 매장을 찾는 빈도가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또 특별한 스케줄이 없을 때면 반드시 자사의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하고 직원들과 환담을 나누는 등 스킨십 경영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종무식엔 남 사장이 직접 구운 피자로 종무식 피자파티를 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3일 지휘봉을 잡은 박동호 CJ푸드빌 대표도 현장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임직원과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다음달부턴 전국 800개 레스토랑과 직영 제과점을 순회하는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강행군할 예정이다. 야채를 자르고 빵을 굽는 등 현장직원과 똑같이 일함으로써 일체감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박준원 아워홈 사장과 정희련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사장 등도 수시로 자사의 매장을 찾거나 구내식당을 즐겨 이용하는 스킨십 경영의 달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