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의 성공조건 -  CJ푸드빌 이명우 대표

하이테크산업의 중요도가 날로 커지는 요즘, 필자는 몸담고 있는 외식사업을 하이테크산업에 빗대 ‘하이터치산업’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외식사업은 최초의 평가가 소비자 감성에 의한 하이터치로 이루어진다.

우리 신체의 오감, 즉 눈과 귀, 코와 입, 그리고 촉감은 이러한 평가를 하는 주요 구성인자이다. 거리를 거닐 때나 눈에 띄는 간판, 건물의 외관을 보면서 우리의 감성은 예민하게 자극받는다. 또 출근을 하면서 식욕을 돋우는 빵 냄새와 고소하면서도 매력적인 커피향에 이끌려 발길이 옮겨질 때도 예민한 우리의 후각이 작용하며 이러한 작용은 레스토랑에 들어서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의 추억을 일깨우는 익숙한 실내음악과 식욕을 북돋우는 메뉴의 색깔과 모양, 그리고 그것을 담은 접시의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우리의 하이터치 감성은 작동한다.

이처럼 우리의 눈, 귀, 코, 입 등 오감은 소비자가 외식사업을 평가하는 하이터치 기능을 갖고 있다.외식사업을 하이터치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사람의 하이터치가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된장을 담그는 어머니의 손끝이 그렇고 김치를 담글 때 양념을 만드는 아낙네의 손끝의 예민함이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스테이크를 구울 때가 그렇고 스파게티소스를 만들 때 움직이는 조리사의 손놀림이 그렇다. 마치 조물주가 우주를 만들 때 빚어내는 손처럼 조리사의 손끝은 마술사와도 같다. 그래서 머리에 의한 노하우(Know-how)도 중요하지만 손놀림에 따라 새로운 창조물이 나오는 두하우(Do-how)가 더욱 중요한 것이 외식사업인 것이다.

이러한 손놀림은 단지 손끝만이 아니라 시각, 후각이 함께 어우러져 업그레이드된다. 흔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거나 고소하거나 맘에 드는 향에서 좀더 나은 맛을 느끼는 것, 그리고 이를 조리시 반영하는 것은 만드는 사람의 예민한 감성, 즉 하이터치 역량인 것이다.

따라서 외식사업은 동양인, 특히 우리 민족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잘할 수 있는 사업이다. 별도로 교육하지 않아도 적당한 크기의 손으로 자유자재로 놀리는 젓가락 사용에서, 그리고 아낙네의 손끝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바느질에서 이 같은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천부적 신체적인 조건 이외에 우리는 그 어느 민족보다 풍부한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식사업을 하기에 걸맞다.

IMF 외환위기처럼 어려울 때 같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거나 월드컵처럼 즐거울 때 함께하면서 얼싸안고 춤추는 감성의 풍부함은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한 감성은 고객의 감정을 더욱 예리하게 읽어내 맛과 서비스에 반영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는 외식사업의 성장엔진인 동시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외식업을 하이터치산업으로 만들어주는 배경들은 이 업종에 종사하는 필자의 자부심, 기쁨과도 맞물려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 속에서도 외식사업을 하는 경영자로서 항상 기억하는 말이 있다. “음식을 상품으로 하는 외식사업은 하이터치 예술이다. 그러나 그 예술이 비즈니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지표상의 문제보다 심리적인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 일고 있다. 따라서 예술을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다소 아이로니컬한 이 말이야말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과연 무엇이 우리에게 부족한지 또 우리의 잠재능력은 무엇인지 새롭게 깨닫게 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감으로써 ‘내일은 필히 해가 뜬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든, 경제위기를 피해가는 데 있어서든 우선적으로 필요한 요건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