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추풍령 감자탕&묵은지’ - 김선권 대표이사

묵은지 감자탕 ‘홈런’…‘맨손성공’ 일궈

9남매 가운데 7번째로 태어나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시골 소년은 ‘돈 많이 버는 사장’이 되고 싶었다. 어머니의 모진 고생을 지켜보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군을 제대하고 나니 스물여섯 살. 성공을 꿈꾸며 생애 첫 사업에 도전했다. 동두천의 호프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종자돈이 없었던지라 동업이 최선의 길이었다. 동업자보다 적은 자본을 내는 대신 몸으로 때우기로 했다. 초반 잘 되는가 싶던 사업은 정확히 1년 만에 무너졌다.

빚까지 안고 보니 그 충격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가난한 집안 때문에 자신이 실패한 양 원망이 사무쳤다. 죽고 싶은 마음이 하루 열두 번씩 들었다. 그러다 깨우침을 얻었다. “남 탓만 하고 있었구나.”그때부터 모든 일을 ‘내 탓’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머릿속 구조를 확 바꿔 버렸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게 삼성전자 컴퓨터 동두천 대리점. 큰형의 지원과 보증보험증권 담보를 받아 새로 시작했다. 레스토랑 사업을 하며 손님 기다리는 게 고역이었던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영업을 뛰기 시작했다. 손님을 찾아 발바닥이 닳도록 다녔다. 매출은 무섭게 올랐다. 순식간에 의정부, 연천 전곡으로 대리점 망을 확장했다. 본사 임원이 그를 불러 영업에 대한 의견을 물을 정도로 저력을 인정받았다.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자 특유의 도전정신이 발동했다. 대리점 근처에 새로 생긴 전자오락실에 눈길이 갔다. 적은 자본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걸 보고 오락기 중개상이 모여 있는 청계천으로 달려갔다. 내친 김에 일본으로 가 게임기 시장을 샅샅이 훑었다. 1997년 게임장 프랜차이즈 ‘화성침공’이 그렇게 시작됐다. 온 세상이 외환위기로 주저앉았지만 화성침공만은 승승장구했다. 경기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어린이, 청소년이 주고객인 데다 100% 현금 수입이라는 점에 전국 A급 상권 건물주들이 열광했다. 순식간에 가맹점 수가 300개를 넘어섰다.

이때 그는 프랜차이즈의 매력에 눈을 떴다. 가맹점주와의 소통, 함께 돈 버는 상생의 기쁨을 맛봤다. 반면 적지 않은 아픔도 경험했다. 잘못된 출점 전략으로 문을 닫는 가맹점주를 보면서 입지, 자본,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았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실패를 안겨 줘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전남 장성에서 상경한 앳된 청년이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성장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는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30대 최고경영자(CEO)’로 불린다. ‘부자 사장’이 되고 싶었던 꼬마는 올해 400억 원 매출을 내다보는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을 일궜다. 김선권 행복추풍령 사장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00년 게임장에서 외식업 프랜차이즈로 업종을 변경했다. 게임장 가맹사업은 점포 오픈 후 본부의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식자재 공급, 마케팅 지원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가맹점과 교류해야 하는 외식업이 좋아 보였다. 역동적인 게 김 사장 스타일에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첫 번째 아이템은 삼겹살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제역 파동이 일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대형 점포 전략을 쓸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감자탕을 선택했다. 그리고 추풍령의 전통적이고 편안한 이미지에 착안, 브랜드와 회사명을 ‘행복추풍령’으로 정했다.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는…’이라는 노래가사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행복추풍령은 ‘행복추풍령 감자탕&묵은지’를 중심으로 하는 외식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2년 2월 1호점을 런칭한 후 50평 이상 대형 매장 위주로 가맹점을 확장해 왔다. 5월 31일 현재 전국에 358개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동안의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김 사장의 경영 방식은 꼼꼼하면서도 강단 있다. 직원들은 김 사장에 대해 ‘돌파력,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성장하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올해 경영 방침에서 그런 면모가 잘 나타난다.

그는 “성장을 당연시하는 직원들과 나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만든 슬로건”이라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바로 도태되는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함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식업의 빠른 트렌드 변화를 생각하면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는 “솔직히, 닥쳐올 미래가 두려운 때가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식업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늘 경계하며 타개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삼겹살 전문 ‘칼삼겹살’, 쇠고기 전문 ‘소가미소’ 등 제2, 제3의 브랜드를 런칭한 것도 사세 확장과 함께 사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소가미소의 경우 6월 말까지 ‘가맹점 100개 달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저가 수입 쇠고기 시대가 열리는 중요한 순간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렇다고 김 사장이 휘몰아치기만 하는 CEO인 것은 아니다. 그는 ‘나눔’에 관심이 많다. 20대부터 쌓아 온 여러 사업 경험에서 나눔의 철학이 생겼다. 직원들과 가맹점주, 그리고 사회에 대해서 각기 다른 형태의 나눔을 실천하고 또 구상 중이다.

올 초 김 사장은 ‘1%만 성장해도 100% 보너스’를 약속하는 한편 평균 9%의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그는 “인센티브, 마케팅 지원 없이 무조건 회사를 성장시키라고 한다면 누가 능동적으로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인재들이 마음껏 일할 수도 있도록 멍석을 충분히 깔아주고 성과도 나누겠다는 이야기다.

가맹점과의 나눔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행복추풍령은 롯데호텔에서 가맹점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의 점주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김 사장은 “가맹점의 성공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외쳤다. 올 한 해 30억 원의 거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 드라마 제작 지원과 TV-CF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크게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또 매장 직원과 점주 가족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수여하고 16개 최우수 가맹점에는 일본 프랜차이즈 업계 연수 기회를 부여했다.

‘진짜’ 추풍령과의 나눔도 빼놓을 수 없다. 영동군 추풍령면의 제안으로 자매결연을 하고 장학금 지원과 농산물 판로 확보 및 마케팅에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목표 실현 1000억’

어릴 적, 홀어머니를 보며 부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최근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아침잠에서 깨어나면 첫 시선이 머무는 곳에 구호를 적어 붙여 두었다. 바로 ‘목표 실현 1000억!’이다. 이는 매출 1000억 원 가치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10년 안에 1000억 원의 자산가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미 실현을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두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속에는 기업가로서의 장단기 목표도 포함돼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 명실상부한 외식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업 공개가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본과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외에서 활발한 사업을 펴겠다는 생각이다.

‘큰 부자’가 되고 싶다는 김 사장에게 “어떤 CEO로 불리고 싶은지”를 물었다. 그는 “전문 지식이 풍부하다거나, 순발력이 좋다는 칭찬에는 별 욕심이 없다”면서 “시스템 경영에 능한 CEO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장기 목표도 귀띔했다. 뜻밖에도 그의 답은 “최초의 현장 출신 중소기업청장”이다. 이 땅의 모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과 함께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결국 그의 관심사는 ‘상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