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범 “이미지 관리 때문에 싫은 소리 한 번 못했죠”

“향후 15년, 제가 50살이 되기 전까지 강성범이 사업한다는 얘기는 안 나올 겁니다.” ‘웃찾사’의 간판 프로그램 ‘강가야, 현가야’로 브라운관에 복귀한 강성범에게 사업얘기를 꺼냈더니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속사포 같은 말발을 세우며 브라운관에서는 연신 홈런을 날리던 그지만, 그의 사업 성적표는 참혹했다. 3전 3패. 2002년 동료 개그맨 황승환과 시작한 포장마차, 2005년의 순댓국집, 2006년 일산 백석동에 오픈한 개그 바까지 세 차례 외식사업에 손을 댔지만 모두 참패로 끝났다.

“부업이라는 안일한 생각 자체가 문제였어요. 죽자 살자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방송과 병행하느라 일주일에 고작 2-3번 얼굴 비추는 게 다였으니 제대로 될 리 있나요.”

한참 주가를 올리며 방송활동을 하던 때였지만 방송 일이라는 특성상 수입은 들쑥날쑥 거렸다. 돈에 쫓기지 않으면서 방송일 하려면 고정수입이 있어야겠다 싶어 생각해낸 것이 포장마차 사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게에서도 그의 역할은 ‘사장’이 아닌 ‘연예인’이었다.

“이미지 관리하느라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했어요. 직원관리가 제대로 안되니 서비스, 위생관리에 구멍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구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그바 오픈 당시에는 한 달에 25일 이상을 가게에 붙어살았다.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역효과였다. 개그맨 강성범이 하는 가게라는 소문은 손님들의 기대치를 머리꼭대기까지 올려놓았다. “본업이 개그맨이다 보니 잘해도 본전인 거죠. 고객의 기대치는 높은데 보여지는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결국, 연예인이 하는 가게라는 입소문은 한 두 번의 호기심으로 끝나고 말았다.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시작한 ‘묻지마식 창업’역시 실패의 주원인이다. “이름은 서민적인 포장마차인데 가게는 청담동 부촌 언덕배기에 있었어요. 가게는 300평이 넘는데 유동인구가 고작 4명 일 때도 있었다니까요.”

밤에 영업을 시작하는 포장마차를 오픈하면서 사전조사는 정작 낮에만 다녔기 때문이다. 개그바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그공연도 보고 술도 마실 수 있는 바지만 아이들도 올 수 있는 가족 레스토랑이라는 애매한 컨셉트에서 시작했다.

“무조건 손님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컨셉트도, 주요 타깃도 명확한 게 하나도 없었죠. 물론 성공 롤 모델도 없었고요.”

개그맨으로 번 돈의 절반쯤을 날린 후에야 그 동안의 문제점과 실패요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싼 수업료 치른 셈 쳐야죠.” 아직까지 다시 사업을 해볼 생각은 없지만 “나이 들어 다시 한번 가게를 낸다면, 작지만 내실 있는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