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다섯 번 망해 다른 가게 명함까지 돌렸다”

“제가 다섯 번 차렸다가 다섯 번 다 빠그라졌어요. 까먹은 액수가 26억 4~5천 정도? 작년까지 겨우 갚았어요, 2008년 4월에. 아, 지긋지긋해요” 지난 2000년, 서른넷의 나이로 프로야구 판에 ‘독설 해설’을 선보였던 이병훈 해설위원. 본인의 ‘쪽박스토리’를 털어놓는 자리에서도 거침없다.

이병훈 위원이 처음 요식업에 발을 디딘 건 해태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1994년 3월. 현역 선수가 부업을 한다는 사실을 “김응룡 감독이 알면 맞아 죽을 일”이라는 것 알았지만, 그래도 호기 있게 큰 고깃집을 차렸다.

“와이프가 광주에 같이 있었는데 젊은 사람이 일 없이 가만히 있으니 바보가 돼가는 것 같고, 나 또한 광주에 터를 잡을 생각으로 크게 벌였죠.”

보통 고깃집도 아니다. 광주의 번화가 충장로 한복판에 식당 규모만 330㎡ 이상 되는 ‘한국회관’을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인수하기 전에 가본 고깃집은 늘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전 사장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주방 식구들이 인수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로 했기 때문에, 음식 맛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음식점 인수 금액만 6억 원, 그리고 1억5천 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당시 “광주에 전세 몇 천 만원이면 대궐 같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니 거금이다. 그러나 ‘쪽박 스토리’에 등장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망했다는 것.

“망한 원인? 다른 것 아무 것도 없어요. 사장이 광주 사람에서 서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밖에는. 그렇잖아요? 고기 떼오는 사람, 주방 사람 다 그대로예요. 그러면 최소한 고기 맛은 안 변한 거죠. 변한 게 뭐가 있어요? 사장 밖에 없지. 서비스? 더 좋아졌어요. 신장개업 했으니까 고기도 듬뿍듬뿍 담아다 주고 그랬거든요. 그 전에는 그런 것 일절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해. 물론 이런 건 있었겠죠.

전 사장은 그 지역 토박이라 손님들 테이블 가서 ‘형님 동생’ 하면서 격의 없이 지냈는데, 나는 ‘야구선수 이병훈입니다’ 인사를 하면 나를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젊은 놈이 사장이라니까. ‘이 집 사장이 바뀌었구나” 그런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두 세달 후쯤 한국회관의 전 사장님이 우리 가게에서 1km도 안 된 지점에 다른 고깃집을 열었더라고요. 그런 것도 영향을 미쳤겠죠. 오픈 후 석 달 된 때가 우리 가게에 손님이 뚝 끊긴 시점이거든요.” 마케팅·판촉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광주에서 젤 크고 젤 유명한 고깃집이라니까요. 필요가 없었어요.”

고깃집을 청산하기까지 손해난 금액이 6억 정도. 그 이후 광주에 내려가도 한국회관이 있던 충장로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첫 사업이 망한 후 대구에서 차린 아이스크림 가게와 캐릭터숍, 군포에 차린 찜질방과 화장품숍이 차례로 망해 26억이나 되는 빚을 지게 되는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야구 해설을 포함한 각종 방송 출연과 야구 개인 강습, “쪽 팔리는 일이지만 남의 가게 얼굴 사장으로 명함까지 돌리며” 빚을 갚아나갔다.

“지긋지긋해요. 와이프하고 약속했어요, 둘째 애 졸업하기 전까지는 절대 사업 안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