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디지털 거상' 꿈

오프라인으로 신발 판매를 하는 남편을 둔 주부였던 K씨는 집에 재고로 쌓여있던 효도신발을 온라인으로 팔아보기로 했다. 재고니만큼 헐값에라도 팔기만 하면 이득이란 생각에 가격을 아주 싸게 책정했다.

거저라고 해도 될만큼의 가격이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는 층이 젊은이들이니만큼 효도신발에 별 관심이 없는 것도 한 이유였겠지만, 아무리 효도신발이라 해도 디자인과 무방해보이는 모양새로 손님을 끌기 어려웠던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됐다.

K씨는 이후 3만원대 소가죽 부츠를 1만원 정도 가격에 땡처리하려는 공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수백켤레를 받기로 했다. 3만원에 팔리던 부츠를, 1만원에 사 1만8000원씩에만 팔면 돈 좀 되지 않겠나 하는, 역시 아주 단순한 계산에서다. 그러나 이 또한 실패로 끝났다. 샘플로 받은 제품은 괜찮았지만, 막상 판매를 위해 받은 제품은 돈 받고 팔기가 민망할 정도로 가죽 질이 조잡했다.

게다가 재고인만큼 구겨진 제품이 많았다. 가죽 특성상 일단 구겨지면 후줄근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제품을 받은 고객들 항의가 빗발치면서 바로 배송을 중단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싼 가격에 반해 주문을 한 수백명의 입찰을 모두 취소하고 한명한명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죄송하다는 얘기를 전해야 했다.

“두번의 실패를 거치면서 아주 중요한 두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첫째,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어야 할 것. 둘째, 아무리 가격이 싸도 품질이 조악한 물건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지요.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고객의 보는 눈은 모두 비슷해요. 오프라인에서 잘 안 팔렸다면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상품을 온라인에 올려봤자 대박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해요. 결과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선택해야 온라인에서도 잘 팔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지요. 또 무조건 싸다고 팔리는 게 아니예요. 싸고 좋아야 비로소 팔리지요. 자칫 ‘싼게 비지떡’이란 인식을 심어줬다간 절대 오래가지 못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검증받은 상품, 그리고 싸고도 품질 좋은 상품. 상품과 관련한 기본적인 두가지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라야 온라인에서도 잘 팔리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는 모든 제품이 온라인에서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에서는 다소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이라도 신어보고 맘에 들어하는 사람들만 많으면 잘 팔릴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런 상품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샀다가 맘에 안 들 가능성이 높아 구매가 일종의 모험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 결과적으로 무난한 색상과 디자인의 상품이 잘 팔릴 확률이 높다. K씨가 이걸 알게되기까지는 또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신발이 과연 온라인에서 판매하기에 적합한 품목인가 하는 원초적인 궁금함이다.

똑같은 사이즈라 해도 볼이 넓고 좁고에 따라, 또 굽의 높이에 따라 신었을 때의 모양이 달라진다. 같은 240이라도 약간 큰 240이 있는가 하면, 약간 작은 240도 있다. 똑같은 신발이어도 사람에 따라 착용감도 모두 다르다. 보기엔 아무리 예뻐보여도 막상 신어보면 이상한 것이 많은 것도 또 신발이다.

저렴한 가격과 그럴싸한 이미지에 혹해 구입했다가 막상 제품을 받아본 후 후회하며 반품을 원하는, 다음부터는 절대로 온라인 상에서 신발을 구매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고객 또한 많지 않을까.

실제 K씨도 이같은 문제에 봉착한 적이 있다. 수십켤레 교환을 해주며, 어렵게 번 돈을 택배비로 다 날리는 경험을 거치면서 K씨가 찾아는 보완책은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올리는 것. 예를 들어 앞코 길이는 몇cm, 굽높이는 몇cm라는 식으로 내용을 표기했다. 또 각 사이즈에 맞는 사람들에게 직접 신겨본 뒤 똑같은 240mm라도 조금 큰 240mm인지, 정사이즈인지, 조금 작은 듯한 240mm인지, 볼이 좀 넓은 디자인인지, 좁은 편인지를 각각 나눠서 표기해 줬다.

'평소 신발 디자인에 따라 235와 240을 번갈아 신는 분이라면, 이 디자인은 235를 신으세요'라는 식의 조언 설명도 덧붙였다. 만약을 위해 개당 100원 정도 하는 깔창을 동봉해 보냈다. 약간 큰 듯하면 깔창을 깔아 사이즈를 조절하라는 배려에서다. 이렇게 하다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다며 반품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고가제품보다 1만~2만원대, 유행에 민감한 제품을 주로 취급한 것도 반품 줄이기에 한 몫 했다. 딱 안 맞는 듯 해도, 1만∼2만원대 제품 사서 5000∼6000원 왕복배송료 물어가며 반품하느니 그냥 신겠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또 유행에 민감한 품목인만큼 싸게 사서 의상에 맞춰 한계절에 한두번만 신어도 괜찮다는 고객이 많아 실제 반품률은 생각보다 아주 낮은 수준이란다.

이처럼 성공한 디지털 거상들은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그대로 좌절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내고 찾아낸 사람들이다.

디지털 거상이 되기를 꿈꾸는 당신! 시행착오를 거치는 대신 선배들의 실패담을 거울삼아 시행착오 과정을 줄이는 것은 필수다. 열심히 선배들의 실패담을 찾아보고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