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

옛날에 한 사람이 늙은 아비를 지게에 지고 산에 올라 버리고 서둘러 내려오려고 했다. 마침 그때 함께 갔던 아들이 나중에 아버지가 늙으면 쓸 거라며 지게를 챙기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의 불효를 뉘우치고 다시 아비를 모시고 내려와 극진히 섬겼다고 한다. 유명한 ‘고려장’ 설화다. 효의 가치를 교훈으로 전하는 동시에 뒤집어 보면 ‘자식에게만 기대다가는 노후에 버림받을 수 있다’는 섬뜩한 현실을 일깨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모부양 책임이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비율이 2010년 40.9%에서 2019년 23.3%로 10년 새 급감했다. 부모부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유례없는 취업난과 집값 상승으로 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N포세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부모공양은커녕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시대다.

우리는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2020년 금융역량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채무통제, 신용관리, 저축습관, 은퇴설계 역량 등 4개 부문을 평가한 결과 은퇴설계가 10점 만점에 2.32점으로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연금 예상소득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사람이 53.2%나 되고 연금 가입당시 정한 운용방법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비율은 2017년 기준 무려 90%다. 노후의 주요 소득원인데도 연금에 대해 사실상 완전히 무관심하다는 얘기다.

노후준비는 연금만 납입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바빠도 틈틈이 가입한 연금상품의 운용상품 종류·수익률·향후 예상소득을 확인, 노후 대비에 부족함이 없는지 따져보고 필요하면 자신의 위험성향·은퇴까지 잔여기간 등을 고려해 전문가와 상의한 후 운용상품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

연금 수령까지 10년이 훨씬 넘게 남았는데도 노후준비 자금이라고 무조건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의 수익률(3.77%)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저축하는 원리금보장형 수익률(1.64%)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금은 장기간 운용되므로 복리효과로 인해 작은 수익률 차이라도 추후 연금수령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자.

학자들에 따르면 ‘고려장’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닌 단순 설화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2010년 80.2세에서 2019년 83.3세로 점점 늘고 있다. 우리의 노후도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노후준비를 무관심 속에 계속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