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프랜차이즈산업에 '독'일까 '약'일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야 할까요? 개인 창업을 해야 할까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질문하는 사람은 매번 달라도 필자의 대답은 한결 같다. 창업을 잘할 사진이 있으면 개인 사업을 하고, 사업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없다면 사업성이 검증된 믿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창업하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상공인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혁신적인 독립 사업자들을 육성해야 하는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둘 다’였다. 그리고 다음처럼 덧붙였다. “혁신적인 독립사업자들이 성장하면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에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흑백논리 사고 경계해야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흑백논리식 사고 방식이다.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선택뿐 아니라 선(善)조차 달라지는게 삶이다. 성공적인 창업이 소상공이나 일자리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지만 실행 방법을 두고는 늘 혼선이 빚어진다.

육성해야 할 분야를 억누르는가 하면 발전적 개선을 목표로 하면서도 성장의 싹을 잘라버리기도 한다. 근래들어 프랜차이즈 관련 정책에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사업 관련 가맹법은 전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 특히 요즘 프랜차이즈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는 관련 업계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소상공인 창업에 도전하는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주요 맛집 상권에는 지방에서 상경해 원룸에 살면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 이들의 꿈은 한마디로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씨처럼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을 성장시킨 후 사업체를 더 큰 기업에 매각하려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라스트마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프랜차이즈 기업 인수-합병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청년 창업가들의 꿈은 무엇인가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을 키우지만 음식점 창업 등 소상공인 청년들은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이에따라 자생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킨 후 수직계열화를 원하는 기업에 자신의 사업을 높은 가격에 매각하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이들이 많다.

다만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가맹점단체가 노동조합 같은 역할을 하게 돼 그런 꿈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치킨이나 피자, 편의점 등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수익성이 좋은 일부 프랜차이즈 업종을 제외하고 전체 가맹본부의 70~80%가 소기업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가맹본부의 수익성이 열악한데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원가 인하 압력으로 가맹본사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는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가맹법을 보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이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는 사업자들도 적지 않다. 까다로운 법 아래서는 사업할 의욕도 안나고 수익은 커녕 유지 조차 힘들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시각과 달리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경영과 IT인프라를 활용한 스마트 사업화와 스마트 시티 구축에 서 중심축이 될 가능성을 가득 품고 있다.

◆IT 등 올라타고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할까?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면 소상공 혁신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개별 소상공인이 변하는 것은 어렵지만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손쉽게 전체 점포의 운영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업에 진입하는 가맹본부들이 사업 의욕을 잃고 매각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점이다. 가맹본부 경영자들중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제 죽었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근거도 없이 단정내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경영자가 매각을 결정하면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히 그 피해는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인건비 인상 등으로 2019년 이후 가맹점수 100개 이상인 가맹본부들의 수익상황이 이전보다 나빠진 곳이 부지기수다.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기업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코로나19 타격까지 겹치면서 현재 많은 가맹본사들이 '좀비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 망하기 전에 매각이라도 해보려고 시한폭탄 켜놓고 운영하는 곳도 한 두곳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살릴지 죽일지 고민해야 한다. 사업을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 사업에 도전하는 경영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고 잘한다고 잘하라고 칭찬해주는 것이다. 죽이는 방법 역시 간단하다. 사업가들을 사기꾼이나 몹쓸 기업으로 몰아가면서 더욱 더 강력한 법으로 옥죄면 그뿐이다.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그 것이 문제로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반문해본다. “혁신적인 개인 소상공인들을 육성해야 할까요? 프랜차이즈 사업을 육성해야 할까요?” “정답은 둘 다입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소상공인들이 사업에 성공하면 그들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될걸요. 혁신적일수록 성장에 대한 꿈이 크고 IT기업과 달리 소매형 유통.외식.서비스업은 프랜차이즈가 중요한 성장의 방법이거든요”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왔다. 남은 것은 정부 및 지자체, 정치가들 그리고 가맹본부 경영자 이들 모두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관점을 바꾼뒤 제대로 뒷받침만 해주면 된다. 정부나 지자체, 정치가들이 가맹점 사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까지 감안해 규제 보다는 육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동의를 얻지 못해 마케팅 하기가 어려워지면 가맹본부는 해야 할 일을 안해서 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정작 가맹점이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사업을 접어야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오래된 매장의 리뉴얼이 힘들어지면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니 좋지만, 인근에 시설이 더 나은 경쟁자가 들어서면 매출이 줄고 급기야 점포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얼마전 한 청년 기업가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면서 공장을 어느 지역에 설립하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이럴때 당연히 서울, 경기권을 추천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이번에는 "고향인 지방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하라"고 권했다.

◆프랜차이즈, 지방 세수 증대, 분권강화에도 도움 줄 수 있다

규제가 엄격한 서울-경기권에 비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농촌이나 소규모 시에서는 지자체로부터 일자리 창출 기업, 해당 지역 농산물 판로를 개척하는 기업으로 대접받기가 쉽다는 것이 지방을 권한 이유였다. 또한 요즘은 교통이 발달되고 모든 마케팅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므로 지방에서 사업을 해도 큰 어려움은 없다.

산업의 지방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가맹본부들이 농공단지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이럴 경우, 도시 소비자와 농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지역에 기반을 둔 가맹본사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서울 경기권 보다 일자리 문제가 더 심각한 지방의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또한 가맹본부도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산업이 아니라 사업 성장의 방식이다. 전세계 경제가 급성장하던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이다. 제조업체의 패권이 유통으로, 유통패권이 소매업으로 넘어가던 부유한 시기에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모든 주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고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기업이 힘을 갖게 된다. 아울러 이제는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따라서 과거처럼 가맹본사가 만든 규정과 계약 조항에 가맹점주는 무조건 동의하거나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레귤러 체인 방식의 기업이 아니라면 가맹점이 없는 가맹본부는 생각 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브랜드 동질성을 위해 가맹본부의 사업 주도권은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가맹점의 자율권과 협상권을 높여줘 사업파트너로서 가맹점이 가진 힘을 가맹본사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가맹점주의 힘은 가맹본사 보다 오히려 크다'는 엄연한 진실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가맹점 사업자들이 브랜드 발전에 수동적 존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능한 가맹본부 경영자의 역할이다. 가맹점의 인파워먼트 강화는 인건비 상승,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가맹본부의 리스크를 레버리지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특히 업(業)의 존재 이유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미션을 재정립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한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며, 가맹점 사업자의 역량을 키워주는 동기유발 제도와 교육시스템을 반드시 고도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맹점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