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하지 않으려면 "돈 만지는 직원을 통제하라"

심성 곱던 친구가 어느 날 창업소식을 전해왔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전화를 넣은 뒤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얘기인즉 대주주가 자기지분을 매각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 있었던 많은 얘기를 해줬는데, 어찌됐건 새롭게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재무담당 임원의 자금횡령 때문이었다.

횡령사건이 벌어진 뒤 회사는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지분정리를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이 친구가 다시 창업을 했다는 게 요지였다.

하기야 최근 전직 대통령이 동생과의 돈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까지 들었던 필자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형제지간에도 돈 문제로 송사를 벌이는 마당에 남이야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그간 사업을 하면서 많은 경영위기 케이스를 접했다. 그런데 위기의 단초는 늘 돈 문제였다. 또한 그 돈 문제의 출발점은 대부분 CEO의 최측근들이었다는 것도 공통사항이었다.

필자가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막 재무전문가를 여입한 뒤 그 임원과 함께 인사차 사업을 하는 다른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함께 소주를 들이키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 선배가 대뜸 폭탄 같은 얘기를 내뱉는 게 아닌가? 술이 몇 순배 돌더니 󰡒재무 담당하는 놈들은 나쁜 놈들이야!󰡓라고 말한 것이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돈 문제들이란 늘 재무․회계 임원들로부터 발생한다는 게 요지였다. 그 실례로 선배는 친구 사업장에서 벌어진 재무담당 임원의 악성문제를 구구절절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당시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필자는 정확히 선배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괜히 막 입사한 우리 회사 재무임원에게 불필요한 말을 꺼내 자리를 서먹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나중에 되새겨보니 그 선배의 의도가 충분히 이해됐다. 아끼는 후배가 맘고생하지 않도록 본인이 악역을 자처해 우리 임원에게 일종의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다 알고 있으니 절대 다른 마음먹지 말고 항상 긴장하라는 메시지를 필자 대신 전달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필자도 재무담당자를 영입한 뒤 같이 업무를 하다 보니 많은 걸 배웠다. 교과서에선 배울 수 없는 많은 교훈도 깨달았다. 제일 중요한 게 재무담당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역으로 말해 재무회계 담당임원을 반드시 채용해 사내에 두되 최ㄷ한 견제시스템을 만들어두라는 얘기다. 또한 재무담당자에게는 지속적인 정신교육과 회사 돈(공금)의 무서움(?)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