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준비없고 자금까지 달리면 '꽁꽁 언 맨땅에 헤딩하는 격'

필자의 경우 전 직장에서 한 동안 서비스 엔지니어로 고객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었다. 업무자체가 고객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일이다 보니 고객과는 친구 같으면서 때로는 친한 선후배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20년 전에 인연을 맺은 고객과 비즈니스를 계속하고 있다. 한번은 그 고객으로부터 어려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사의 담당 영업부장이 어렵게 "사장님이 나서 고객의 결정권자를 만나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0년 고객이자 친구 같은 관계인데 이런 요청이 그분께 부담과 누가 되지 않을까 자못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누구보다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고 최고 정보관리책임자인 그분께 어렵게 전화를 걸었다.

전후 설명을 제쳐두고 "오늘 저녁 퇴근 후에 시간 좀 비워 달라"고 요청하고 약속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드디어 만났다. 가볍게 식사하며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그러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솔직하게 도움을 청했다.

"저와 사장님은 이젠 고객과 업자 관계가 아니지 않잖습니까? 어쩌면 인생을 함께 사는 친구이고, 또 이런 친구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힘껏 도와드리겠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그리곤 체증이 쑥 내려가는 시원함을 느꼈다. 역시 20년 쌓은 신뢰와 진정성이 통한 모양이다. 20년 고객이라지만 SOS를 쳤는데, 피드백은 너무나 간단하게 돌아왔다. 천군만마를 얻은듯 든든함과 함께 세상이 그렇게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지금도 의문이다. 그때 그분은 과연 나의 뭐를 보고 기꺼이 손을 잡아줬을까? 역시 정답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사람과의 관계에서 변치 않는 그런 진실성이 그분과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의 비슷한 경험은 창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이전 직장의 고객이었던 어떤 분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왔다.

그분은 과거 직장동료에게 연락처를 물었다며 시시콜콜 안부와 함께 비즈니스에 관심을 표해 왔다.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는 창업초기에 이런 분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받는다면 중요한 원군이 될 수 있다. 직접적이고 물질적인 도움을 떠나 심적으로 든든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외롭고 힘든 길을 계속해 걸을 수 있도록 많은 힘과 용기를 주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