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bucks 성공비결

대부분 사람들은 한때 CEO였던 Howard Schultz의 이름을 들으면 곧 Starbucks와 연결을 짓고 그가 이 회사의 설립자인 것으로 지레 짐작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McDonands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던 Ray Kroc과 마찬가지로 Schultz가 Starbucks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 회사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Ray Kroc이 McDonands의 사업방향을 새롭게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Howard Schultz 또한 Starbucks의 눈부신 성장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Schultz는 1953년 뉴욕의 브룩클린에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그는 어렸을 적부터 신문배달을 해야 했고 때로는 동네 식당이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어야 했다. 그는 고등학교 풋볼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Northern Michigan University에 운동특기생으로 입학을 할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풋볼팀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는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1975년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졸업 직후 Schultz는 4년간 Xerox에서 복사기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스웨덴 회사 Perstop의 영업사원직으로 옮기게 됐다. 그가 전직을 할 즈음 이 회사는 미국에서 유럽풍의 부엌기기와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막 준비하던 참이었다.

그는 몇 년 후에 이 회사의 영업총책임자로 임명되어 자신 밑에 20여명의 영업사원들을 독립적으로 두게 되었다. 1981년 어느 날 그는 시애틀의 한 소매업체가 커피메이커 기계를 대량으로 주문한 것을 보게 됐다. 그는 이 작은 회사가 어떻게 Macy's보다도 더 많은 커피메이커를 판매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기 위해 시애틀을 방문하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하여 그는 생전 처음으로 시애틀 파이크플레이스에 위치한 Starbucks 점포를 보게 되었다. 이곳은 커피 숭배자들이 경배를 드리는 성전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커피원두와 수많은 커피메이커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이곳 커피를 맛보고 반하게 된 다음 Schultz는 Starbucks 소유주였던 Gerald Baldwin과 Gordon Bowker를 직접 만났다. 그 당시 Starbucks는 개업한지 10년째였고 시애틀 주변에 다섯 개의 점포를 갖고 있었다. Baldwin과 Bowker는 금방 볶아낸 원두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데 열성을 보였고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있었다.

Starbucks의 커피 맛에 완전히 매료된 Schultz는 어떻게 하면 이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만 궁리하게 됐다. 그는 우선 Baldwin에서 직접 사정을 해보기로 작정했다. "제가 어떻게 이 회사에서 일할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여러 차례 부탁을 해봤지만 Baldwin이 이를 수락할 때까지는 일년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Baldwin은 Schultz가 영업이나 마케팅 분야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Schultz는 뉴욕에서 시애틀로 부인과 함께 이사하고 전보다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Starbucks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뻐했다. 그는 취직 후 커피원두 볶는 방법부터 배우면서 신나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또 바쁜 시간 동안에 점포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일도 기꺼이 도왔다.

1983년 봄에 Schultz는 국제 주방기기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방문했다. 여기서 그는 에스프레소 바를 직접 가볼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도시인 밀라노에는 1,500개가 넘는 커피전문점이 있었으며 각자가 독특한 특색과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이를 보고 Schultz의 머릿속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즉 "이것이야 말로 Starbucks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라는 것이었다.

Howard Schultz를 더욱 흥분시켰던 것은 카페라떼를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독특한 커피는 에스프레소에 증기로 가열시킨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였다. 그는 미국인들 중 카페라떼를 마셔본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이것을 미국에 들여가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가 시애틀로 돌아가 그 사실을 전했을 때 회사 소유주들은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Starbucks가 커피전문 소매점이지 레스토랑이나 바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회사가 지금 흑자인 상태에서 왜 괜히 다른 사업을 벌이겠느냐는 논리였다. 여기에 더해서 Starbucks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5개 점포를 가진 Peet's Coffee and Tea라는 회사를 막 인수하려 하고 있었다.

Starbucks 소유주들은 전혀 생소한 에스프레소 바를 여는 것보다는 그런 인수를 통한 사업확장이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미국에 도입하기를 바랐던 Schultz의 생각과는 달리 Starbucks는 전혀 딴 길로 나가면서 인수를 위해 융자를 얻으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 후 거의 일년에 가까운 설득작업 끝에 Schultz는 1984년 시애틀 시내에 여섯 번째 점포를 열면서 Starbucks 소유주들로부터 승락을 받고 이곳에 작은 에스프레소 바를 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원래 요청했던 40여 평의 매장면적 대신에 8평 면적의 공간만을 배정받았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개점한지 단 두 달 만에 이 코너는 하루 800명의 손님을 받게 됐으며 이 주변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선 손님들로 붐비게 됐다. 이것은 Schultz의 생각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었음에도 Baldwin과 Bawker는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었다. 그들은 원두를 판매하는 핵심 사업분야와 에스프레소 커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은 고객들이 Starbucks를 커피 한 잔 사러 오는 곳으로 여기는 것이 불만이었다. Howard Schultz는 소유주들의 그런 태도를 점점 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는 이탈리아풍의 에스프레소 바가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Starbucks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Schultz는 우연히 Scott Greenberg라는 변호사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하던 끝에 투자자들이 그런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듣게 된다. 지금이야 말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길 절호의 기회라고 Schultz는 생각했다. 그는 Baldwin과 Bawker를 만나 자신이 Starbucks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를 차릴 것임을 통보했다. 이들은 Schultz의 열정에 결국 설득 당해 15만 달러를 투자하여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허락했다. 이들은 또 이 새로운 회사의 이사 겸 파트타임 자문역이 되기를 자청하기도 했다.

Schultz는 Greenberg와 함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첫 에스프레소 바 개점에 40만 달러와 추후 시애틀 주변에 8개 점포를 내는 데 125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신설회사는 이탈리아어로 "매일"이라는 뜻의 "Il Giornale"이라는 상호를 지었다. 이것은 매일 같이 신문을 읽고 매일 아침 빵을 먹듯이 매일 맛있는 커피를 마시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첫 Il Giornale 점포는 개장되자마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조달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게 되고 몇 주 동안 직원들의 급여를 지불하지 못하고 임대료조차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예비투자자들은 Il Giornale이 전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고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며, 독특한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갖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회사든 커피사업에 뛰어들 의향만 있으면 얼마든지 경쟁업체가 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투자를 받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려워졌다. 결국 Schultz는 30여 투자자들로부터 165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배주주는 75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들 초기 투자자들은 나중에 가서 100배의 투자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즉 10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대해 1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는 의미다. 사업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자본을 갖게 된 Howard Schultz는 Il Giornale 체인점을 개업하는 세부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그는 이때 쯤에 시애틀 대학가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에스프레소 바를 경영하던 Dave Olsen과 만나게 된다. Olsen은 이 회사에 고용되어 Schultz가 전략수립에 전념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든 실무를 책임졌다. 그를 만난 것은 Schultz에게 있어 상당한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Schultz와 Olsen은 향후 5년 내에 75개 점포를 개점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런 계획이 너무 무리라는 판단 하에 최종 계획에서는 이를 50개로 하향조정 했다.

최초의 Il Giornale 점포는 1986년 4월 8일, 아침 6시 반에 역사적 개장을 했다. 이 날 점포가 문을 닫을 즈음엔 3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이곳을 왔다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원래 계획과는 달리 상당한 조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첫 점포의 성공은 Schultz의 구상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 후 6개월 내에 Il Giornale에는 20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하루 1천명이 넘는 고객들이 왔다 간 것으로 계산되었다. 첫 점포를 연지 6개월 후에 시애틀에 두 번째 점포를 열게 됐다. 또 이 사업 컨셉이 시애틀 이외 지역에서도 성공할지를 시험해보기 위해 세 번째 점포는 캐나다 벤쿠버에 열었다. 이 세 점포는 모두 성공을 거뒀고 1987년 중반에는 각 점포당 연간 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이 세 곳의 Il Giornale 점포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던 때에 Baldwin과 Bowker는 다른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자신들의 Starbucks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었다.

이들은 Schultz와 연락을 취해 그가 혹시 회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다. Schultz는 당연히 이를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로 생각했다. Il Giornale를 창업할 당시 겪었던 자본조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Schultz는 Starbucks 자산 인수를 위한 400만 달러 자본조달에 다시 한 번 열성을 기울였다. 그가 Il Giornale 투자자들을 찾아갔을 때 이들은 기꺼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는 데 동의해줬다. 그로부터 몇 주 만에 그는 38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1987년 8월, Il Giornale의 Starbucks 인수가 이루어졌다. Schultz는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된다. 상당한 경영능력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인력이 충원됨으로써 회사는 제대로 된 경영진이 구성될 수 있었다. 영업, 재무, 인사를 담당하는 수석부사장으로 Lawrence Maltz가 영입됐다. 그 덕분에 Schultz는 사업확장과 부동산, 점포 디자인, 마케팅, IR 분야에 전념할 수 있었다. Il Giornale이라는 원래 상호 대신에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명칭을 Starbucks로 결정했다. 그래서 새로운 회사 명칭을 정함에 따라 과거 Il Giornale 점포들은 모두 Starbucks로 개명됐다. 원래의 Starbucks와 Il Giornale 로고에서 일부 이미지를 단 새로운 로고도 개발되었다.

Starbucks는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별로 일반화되지 못한 지역에서도 새로운 점포를 개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도시로는 시카고를 들 수 있었다. 시카고는 특히 시애틀에서 3,000km나 떨어져 있는 까닭에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카고 점포가 곧 망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고 특히 그 개장시기(1987년 10월)가 주식시장 폭락과 거의 일치했으므로 그런 예측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arbucks는 6개월 내에 3개 점포를 더 오픈 했으나 이로 인해 수만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됐다. 1990년대에 들어 Starbucks에서 이 지역에 경험 많은 매니저들을 배치하고 시카고 시민들이 Starbucks 커피 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사업은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다.

Starbucks는 이외에도 통신판매사업까지 벌여 Starbucks 점포가 없는 지역의 소비자들도 자사의 커피를 맛볼 수 있게 했다. 통신판매를 통해 어느 지역의 소비자들이 주로 주문을 많이 했는가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Starbucks는 추후 어느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Starbucks는 FlavorLock 포장(일종의 진공포장) 방법을 개발하여 원거리에 있는 점포에 갓 볶은 커피원두를 배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Starbucks가 신선한 원두를 공급하기 위해 각 도시에 마다 커피가공공장을 둬야 할 필요성을 없도록 만들어줬다.

사람들이 만나 어울리는 장소의 동네 커피숍 컨셉이 마침내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동네에 있는 Starbucks 점포를 편하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유행을 Starbucks가 처음 시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회사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런 사람들의 인식을 퍼뜨릴 수 있었다.

Schultz는 회사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Starbucks의 운명이 궁극적으로 회사 직원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다. 즉 고객들이 커피숍에서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반드시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다시는 이곳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Schultz는 심지어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등 아주 후한 보수를 제공하여 Starbucks를 최고의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급여와 상여금 수준이 가장 시원찮은 소매서비스 분야에서 이 같은 Starbucks의 관행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런 회사의 방침은 곧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보통 소매업체나 패스트푸드 체인 같은 경우 연간 직원 이직률은 150~400%에 가까운 반면 Starbucks는 커피를 만들어 고객에 서비스하는 바리스타(Barista,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 이탈리아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의 경우 이직률이 60%, 매니저의 경우 25%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고용 방침은 직원들이 단순히 이익을 내는 기계의 부속품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중요한 일부라는 회사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Starbucks의 의료보험 제도는 언론에서 아주 호의적으로 언급이 되었으며 Fortune誌는 Starbucks를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Starbucks 경영진들은 회사의 경영철학을 세우고 있었다. 이를 입안하고 전략계획과 일치시키기 위해 문안을 수정하는 작업에만 3개월이 걸렸다. 그런 한편 Mission Review팀이 수립되어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Starbucks가 회사의 철학에 따라 경영되고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일을 맡았다.

이런 장기간에 걸친 입안과정을 통해 Starbucks는 다음과 같은 경영철학 선언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1990년 10월에 Starbucks는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를 기념하여 이사회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Bean Stock'이라는 스톡옵션 플랜을 도입했다. 이 플랜의 목적은 직원들에게 우리사주제를 실시하여 직원들을 회사의 파트너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Starbucks의 700여 전직원들에게는 연봉의 12%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이 주어졌다. 이 옵션은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그 비율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제공되어 직원의 Starbucks 근속기간이 일년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기본급여의 14%까지가 추가 옵션으로 제공됐다.

Starbucks는 1990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1987~89년에는 막대한 적자를 보기도 했다. 이는 회사가 예상 성장률에 근거해 상당한 투자를 감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즉 이 기간 동안의 투자는 주로 회사의 확장에 필요한 인프라 구입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렇게 회사의 기초를 일찌감치 닦아놓음으로써 Starbucks는 나중에 있을 급속한 성장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 성장에 드는 자금 마련을 위해 Schultz와 경영팀은 1988년에 380만 달러(주당 3 달러)를 조달하고 1990년엔 1,350만 달러(주당 3.75 달러), 1991년엔 1,500만 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그런 과정에서 높은 성장추세를 지속하기에 충분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 Starbucks가 언젠가는 기업공개를 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거의 지배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Starbucks의 재무실적은 상당히 눈부신 편이었다. Starbucks는 매년 영업점 수를 두 배씩 늘려 나갔고 연간 매출액 또한 80% 이상씩 증대시키고 있었다. 이 당시 Schultz의 중요한 업적은 자신의 심복을 임원으로 배치하지 않고 유능한 사람들을 외부에서 영입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경영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Starbucks는 자립적이며 자기 주장이 강한 임원들을 고용하여 주어진 일에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설립자가 전횡을 휘두르는 신생기업들이 흔히 겪는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회사 내부에선 일종의 철학적 논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Schultz는 양자간에 서로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 다음의 두 가지 신조를 굳게 믿고 있었다.

1. 모든 기업은 무언가 지향하는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보다도 품질이 더 우수한 가장 자신 있는 제품을 핵심자산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2. 고객의 모든 요구에 대해 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훌륭한 소매업체는 고객 만족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Starbucks의 사업 초기에 Schultz는 고객들이 진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회사가 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Starbucks는 인공감미 커피원두가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음에도 이들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Starbucks는 또 자사의 브랜드네임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까닭에 프랜차이즈를 내주지 않았다. 회사는 자사의 커피원두를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경우 쉽게 맛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또한 거부했다.

그러나 본격 논쟁은 고객들이 Starbucks 점포에서 저지방 우유를 요청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게 됐다. Starbucks가 고객의 요청을 따라야 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함유 우유를 사용한다는 본래의 원칙을 지켜야 할지에 대한 회사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전체 체인 가운데 5~6개의 점포를 선정하여 여기서 무지방 우유를 사용한 카푸치노와 라떼를 시험적으로 판매해본다는 안으로 타협을 보게 됐다. 이 시험은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고 오늘날 Starbucks 매출의 절반이 무지방 우유를 사용한 커피로부터 나오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Starbucks가 프랜차이즈를 통한 사업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제까지 한번도 프랜차이즈에 의존한 적이 없었다. 그런 대신에 Starbucks는 생 원두에서부터 시작하는 커피 제조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직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왜 이런 직영방식이 필요한 것인가? Starbucks는 프랜차이즈를 판매하지 않지만 때로 자사의 커피 판매권을 다른 사업자에 대여하는 방식은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항은 커피를 판매하는 아주 좋은 장소이지만 이곳은 대부분 단일 사업자에 의해 일괄 운영되고 있다. 1991년에 Starbucks는 미국 전역 공항에서 Starbucks 커피를 판매할 권리를 Host Marriott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런 사업방식은 초기의 적응기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적절히 처리한 다음부터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현재 Starbucks 점포 중 약 10%가 라이센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90%는 여전히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Starbucks는 1991년 회계연도가 끝날 무렵에 116개 점포(주로 미 북서부 지역과 시카고에 위치)를 보유하고 5,7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Starbucks는 영업점 당 매출액 및 투자대비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당히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회사 영업점의 전국적 확대를 할 목적으로 Starbucks는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Starbucks의 주식은 1992년 6월 26일 주당 17 달러에 상장이 되어 회사는 2,90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 상장 첫날에 Starbucks의 주가는 21 달러로 거래가 개시되어 회사의 총 시가는 2억 7,300만 달러가 되었다. 그 후 3개월 내에 Starbucks 주가는 주당 33 달러로 뛰어오를 수 있었으며 다음과 같은 증시 상장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 1991년 상장을 한 이후부터 Starbucks는 신주상장, 채권발행 등을 통해 5억 달러에 가까운 자본을 사업확장을 위해 조달할 수 있었다.

2. Starbucks 주식은 상당히 높은 유동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들의 스톡옵션을 매각하여 노동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3. Starbucks는 상장회사가 되자 더욱 유능한 인력을 영입할 수 있게 되었다.

4. 상장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사업확장이 더욱 쉽게 이루어졌다.

성공적인 IPO(Initial Public Offering : 주식공개상장)를 통해서 Starbucks는 지속적인 확장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회사는 1992년에 49개 신규점포를 오픈했고 93년엔 106개 점포를 열어서 총 272개 점포를 보유하게 됐다. 그런 다음 Starbucks는 94년에 153개 점포를 열고 95년엔 251개 점포를 열어서 그 해 말에 총 676개 점포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런 과정을 통해 Starbucks는 미국 전역에 점포를 갖게 되었고 프라푸치노(Frappuccino) 같은 새로운 음료도 내놓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뒀으며 다양한 합작사업(PepsiCo 및 United Airlines 등 회사와의 합작사업)을 벌였던 반면 급속한 성장에 따른 많은 문제에도 직면하게 됐다.

Howard Schultz는 그런 과정에서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매출이 10억 달러가 넘는 시점에서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개인의 성장을 이루는 대기업 설립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Microsoft의 Bill Gates나 Nike의 Phil Knight 같은 인물은 그런 개인적 성장을 이룬 예외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대부분의 신생기업 설립자들은 회사가 성장해가는 시점에서 실패를 거두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Schultz는 맨 처음 원대한 사업포부를 갖춘 영업사원으로 시작하여 기업가로 성장하고 나중에는 전문경영인, 그리고 비전을 가진 대기업 지도자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공적 변화는 회사에 적당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1994년 중반 Howard Schultz는 자신의 책무를 크게 줄인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Orin Smith를 사장 겸 COO로 임명하고 자신은 회장 겸 CEO의 직책을 맡게 되었다.

Starbucks 내에 기업가 정신이 여전히 활발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영업점에서 일하던 두 직원들은 진하게 볶은 커피와 우유, 얼음을 섞은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 이 음료는 맛이 형편없었지만 약간의 실험 끝에 맛이 아주 좋은 음료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승인을 받기 위해 이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출했다. Schultz는 이 음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워낙 고객 반응이 좋은 까닭에 캘리포니아 시장에 한하여 이 음료를 시험적으로 판매하는 데 동의했다. 이 음료를 원하는 고객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회사는 전국적으로 이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프라푸치노'라고 이름 붙인 이 음료는 시판 첫 해 동안 5,2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둠으로써 Starbucks 총매출의 7%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Schultz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성공 사례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사실은 우리가 프라푸치노를 출시하기 전에 이에 대해 아무런 재무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린 대기업에서나 할 수 있는 정도로 철저하게 시장에서 고객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프라푸치노의 출시를 가로막은 기업 내 관료주의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모험적인 프로젝트였으며 더 이상 신생기업이라 할 수 없는 Starbucks에서 이것이 가능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 영업점장은 Starbucks가 점포 내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한 음반에 모아 CD로 내놓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에 따라 Blue Note Blend라는 이름의 첫 CD가 출시됐으며 이는 75,000장이 판매되는 기록을 올렸다. 그 후 Starbucks 음반은 9집까지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Starbucks는 자체적인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회사에서는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커피원두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엑기스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Starbucks는 또 이 엑기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첨단의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도 했다. Starbucks는 PepsiCo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스턴트 냉커피 드링크를 개발해냈다. 이 파트너십은 두 회사 사이에 50대 50 지분출자를 통한 North American Coffee Partnership으로 발전되었다.

한 제품 출시의 실패 등 설립 초기에 닥친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슈퍼마켓 판매용 프라푸치노 병음료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즉시 소비자들 사이에 호평을 받게 되어 두 회사는 수백만 달러 추가 투자를 통해 3개의 제조공장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Starbucks는 Dreyer's Grand Ice Cream과 협력 하에 커피맛 아이스크림을 제조 판매하는 합작사업을 벌이게 되었다. Starbucks 아이스크림은 1996년 7월 4일 Starbucks 커피의 맛을 그대로 살린 5가지 맛의 제품으로 첫 시판이 되었다. 이들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 대성공을 거뒀으며 매출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게 되었다.

1996년 1월 United Airlines는 회사가 운영하는 전세계 항로에 Starbucks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불안정한 작업환경 속에서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로 인해 Starbucks로선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초기에 발생한 일시적인 문제를 극복한 이후부터 United Airlines 승객들은 Starbucks 커피에 대만족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Starbucks로선 상당히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이유는 United Airlines가 매년 8,00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그 중 약 25~40%의 승객들이 운항 중 커피를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즉 이는 약 2,000만 명의 고객들이 매년 Starbucks의 커피를 맛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Starbucks는 직영 영업점에서 전체 매출의 87%를 거둬들이고 있지만 위와 같은 합작사업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형태를 재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Starbucks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사업상의 도전과제를 앞두고 있다.

1. Starbucks는 멋대가리 없는 대기업처럼 행동하는 일없이 대기업의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에 있어 회사규모 확장은 회사와 고객들 사이에 존재하던 신뢰의 관계를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Starbucks는 오늘날 매일 50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영업점을 찾고 있음에도 소기업 당시에 갖고 있던 기본 사업원리들을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의 기본은 영업점의 바리스타가 어떻게 고객을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들은 결국 고객들을 직접 대하는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Starbucks는 오늘날 매달 500명이 넘는 신입직원들을 채용하며 이들을 훈련시키고 회사의 원리를 가르치는 데 막대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2. Starbucks는 지역사회 '동질화'를 가속화 시키는 일을 피해야 한다. 영업점포수가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일부 비판론자들은 Starbucks 같은 전국적 체인의 확대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려왔던 소규모 점포들을 파산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Starbucks는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사회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Starbucks는 또한 영업점과 지역사회 사이의 감정적 연계를 강화시키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3. Starbucks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항상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 Starbucks가 커피원두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제3세계 근로자들에게 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비난이 곧잘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Starbucks가 전세계 커피 판매량 중 단 0.05% 미만을 구입하고 있으며 커피 가격이 국제상품시장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Starbucks는 회사가 공급업자들과 거래하는 방식을 정한 행동규칙을 세워놓고 있다. Starbucks는 또한 커피재배 국가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회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Commitment to Do Our Part"라는 원칙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니셔티브를 통해 회사는 미래에도 양심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4. Starbucks는 천편일률적인 영업체인점이 세계 각지에 생겨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디에서나 똑같은 점포를 만드는 대신에 각 점포마다 그 지역사회의 분위기에 영합하도록 인테리어 디자인을 달리하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말로는 쉬운 일이지만 디자인과 구매과정을 표준화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당히 이행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운영상의 어려움도 존재하고 있다.

Starbucks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반적인 디자인 특성을 개발해냈다. 그런 특성에 근거하여 4가지 상이한 점포 포맷이 만들어졌고 그것에 대한 4가지 색조가 개발됐다. 이를 통해 Starbucks 영업점과 그 영업점이 위치한 지역사회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디자인 옵션이 만들어졌다. Starbucks는 각 영업점의 규모와 매장의 특성에 따라 이들 옵션을 달리 적용했던 것이다. Starbucks 영업점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를 갖고 있었던 까닭에 그런 디자인 상의 다양성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Starbucks는 미래의 영업점 디자인 개발을 위해서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 중에 있다.

Howard Schultz는 Starbucks 내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것 이외에 장기적인 비전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일상적 경영을 하면서 부딪치는 갖가지 사소한 문제들 때문에 이런 장기적 비전을 잃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 편협한 시각을 갖는 회사 전문 경영인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발전시키는 데만 열중하다 보면 회사 전체가 퇴보하게 되는 현상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Starbucks는 시장에서 오가는 수많은 쑥덕거림에 신경 쓰지 않고 실질적인 문제들에 도전하는 방법을 찾아낼 필요도 있다. 점점 갈수록 너무 많은 커피 전문점이 한정된 수의 고객들을 집중공략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선 특히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CEO는 장기적 비전을 갖는 동시에 단기적 문제해결에도 능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가 장래에 어떤 형태로 발전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문제도 거뜬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