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소상공인, 업체 수 늘고 이익 반토막…20대 창업 1.6배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3)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엔 직원을 10명 뒀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였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한숨 돌리나 했는데 방역 단계가 또 올라가 김씨는 속이 타들어 간다. “24시간 카페인데 정부 방역 지침으로 24시간 문을 못 열고 있다. 세금도 겨우 낸다”고 말했다.

소상공업계가 벼랑 끝 경쟁에 내몰렸다. 지난해 업체 수는 늘었는데 이익은 40% 넘게 줄었다. 신규 채용문이 닫히자 창업에 나선 20대가 급증했다.

28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잠정 발표했다.

지난해 소상공인 사업체는 290만2000개로 1년 전과 비교해 4.7%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 전인 2019년(1.1%)보다 소상공업체 수가 더 늘었다. 양동희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20대 소규모 창업이 많았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사업체 대표자 연령대별로는 50대 비중(지난해 32.2%)이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20~30대 ‘사장님’ 수가 급격히 늘고 있었다. 기업체 신규 채용이 줄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알바’ 자리까지 말라가자 젊은층이 창업에 몰렸다.

20대 이하가 대표인 업체 수는 2019년 6만9000개에서 지난해 18만2000개로 163.6% 증가했다. 30대도 10.3% 늘었다. 이전 창업 주력 세대였던 50대(-1.3%), 40대(-0.2%), 60대 이상(-1.3%)이 감소한 것과 반대다.

업종별로는 숙박ㆍ음식점업(7.5%), 제조업(3.7%), 도ㆍ소매업(2.7%) 수가 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예술ㆍ스포츠ㆍ여가업(-0.1%)이 줄었다. 지역별로는 세종(12.6%), 경기(7.4%), 인천(6.4%) 등 순으로 증가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때아닌 소규모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소상공인 사업체 수가 4.7% 증가한 사이 종사자 수는 13.5% 감소할 만큼 ‘영세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실적은 더 암담하다. 지난해 소상공인 사업체 한 곳당 평균 매출액은 2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었다. 업체당 영업이익은 2019년 3300만원에서 지난해 1900만원으로 43.1% 급감했다. 한 달 평균 160만원 안팎을 겨우 벌만큼 상황이 악화했다. 2인 가구 최저 생계비(2020년 기준 179만5000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예술ㆍ스포츠ㆍ여가업(-85.2%), 교육서비스업(-66.4%), 도ㆍ소매업(-48.7%) 등 전 업종에서 이익이 줄었다.

소상공인은 구멍 난 매출과 이익을 빚으로 메우고 있었다. 소상공업계 전체가 지고 있는 부채는 지난해 294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 47조7000억원(19.3%) 늘었다. 부채가 있는 사업체 비율도 60%로 전년 대비 8.1%포인트 올랐다. 업체 세 곳당 두 곳꼴로 빚을 내 근근이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묻지마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았다. 설문 조사 결과 창업 준비 기간은 2019년 평균 10.2개월에서 지난해 9.7개월로 오히려 줄었다.

역시 소상공인 가운데 가장 많은 38.3%가 경영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쟁 심화”를 꼽았다. 그다음 상권 쇠퇴(37.6%), 원재료비(28.7%) 순서였다. 일자리가 없는데 우후죽순 새로 생기는 가게, 코로나19로 인해 확연히 늘어난 비대면 소비, 치솟는 물가가 소상공인을 짓누르는 ‘삼중고’였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대응에 필요한 정책으로 소상공인 다수(67.7%)가 보조금 지원을 지목했다. 융자 확대(33%), 사회보험료 완화(21.4%)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통계청이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상시 근로자 수가 10명(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등은 5명) 미만인 소상공인 운영 11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운송ㆍ장비업으로 분류되는 라이더 등 배달 종사자는 포함하지 않은 통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