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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이 사라졌다…폐업할 수 있으면 다행"
창업신문 dong630510@naver.com

"상권이 사라졌다…폐업할 수 있으면 다행"

그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느낌이라고 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이 방향이 맞는지, 정말 출구는 있는지…

그녀는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빚은 개미지옥처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사이 눈시울은 붉어졌다. 코로나19가 자영업자에게 남긴 상처는 상상 이상이었다. 30년 베테랑도,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30대 청년 사장도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1월19일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을 맞게 된다. 지난 2년간 처절하게 살기 위해 투쟁해 온 우리 '이웃' 자영업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여기가 롯데백화점에서 명동으로 가는 길목인데 봐봐요. 제일 좋은 자리에 위치한 여섯 집 중 셋이 장기휴업이에요. 꼭 지하무덤 같지." 지난 10일 오후 서울 명동지하쇼핑센터에서 만난 양윤석 명동쇼핑센터 상인회 대표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가 가리킨 통로에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양 대표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못 오면서 이 일대는 폐허가 됐다. 지하상가뿐 아니라 지상도 똑같다. 명동이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쇼핑센터에는 양 대표가 34년째 운영하고 있는 안경점부터 옷가게, 가방가게, 신발가게, 액세서리가게, 음반 가게, 한류상품을 파는 잡화점, 약국 등 점포 58곳이 장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이곳 점포들의 총매출액은 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엔 29억원으로 약 67%가 날아갔다. 지난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상반기 매출을 기준으로 연간 매출을 추산한 결과 약 15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사이 매출 83%가 날아간 셈이다.

양 대표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90% 정도지만 위드 코로나 땐 그나마 괜찮았다.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달 카드결제는 딱 2건이었다"면서 "이렇게 해서 어떻게 먹고살겠나"라고 허탈해했다.

◇명동 공실률, 2019년 4.3%→2021년 47.2%로 치솟아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47.2%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두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았단 소리다. 명동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홍대/합정(17.7%)과 종로(10.9%)의 공실률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주로 임차하는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43.4%로 가장 높았고 Δ홍대/합정(24.7%) Δ종로(8.7%) 등도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들 상권의 공실률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4분기에서 2021년 1분기를 기점으로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이같은 도심 붕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잠정휴업' 감안하면 실제 공실률 더 높아…"폐업도 아무나 못합니다"

공실률에는 장기 휴업한 가게는 빠져 있다. 이런 가게들도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사실상 문을 닫은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폐업하게 되면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데다 손실보상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폐업 대신 휴업을 선택하고 있다.

양 대표는 "가게를 반납하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노숙자가 될 게 아니라면 폐업도 아무나 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잠정영업 중단하고 임대료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나 식당일을 하러 나가는 사장님들이 꽤 된다"고 귀띔했다. 양 대표에 따르면 명동지하쇼핑센터에 1년 이상 장기휴업 중인 점포는 35%에 달한다.

실제 기자가 지난 10~12일 찾은 명동·종로·인사동 거리에는 짐을 채 빼지 않은 채 문이 잠긴 매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영업을 잠시 중단합니다'라거나 '죄송합니다. 인근 매장을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붙어있는 매장은 그나마 친절한 편이었다. 대부분은 아무런 안내 없이 불만 꺼진 상태였다.

주요 고객층인 외국인 관광객은커녕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상점 밖으로 나와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과 코와 입을 붙잡았던 갖가지 요깃거리가 즐비한 노점상 역시 자취를 감췄다.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300m에 불과한 명동거리에는 1층 점포만 20곳 넘게 폐점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전국 땅값 1위를 차지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도 개점 휴업 상태였다. 예전 같았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가득했을 북인사 관광안내소에서 인사사거리까지의 큰길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흔히 약속의 성지로 통했던 지오다노 종로점, KFC 종로점, 버거킹 홍대입구역점 등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열 중 여덟이 임대매장서 영업하는데…"임대료 등 고정비용 부담 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바를 운영해온 장태희씨(40·가명)는 조금이라도 문턱을 낮춰 손님을 더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업종을 바꿨다. 양주와 위스키 대신 소주와 맥주를 판매하기로 했다. 장씨는 "비교적 외진 2층에 위치해 있지만 홍대입구역에서 가깝다 보니 월세가 230만원에 달한다. 또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재료비와 인건비, 관리비 등 매월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업종을 바꾸면서 기존 단골들을 잃었는데 거리에 사람이 없다 보니 입소문을 탈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하소연했다.

장씨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은 적지 않다. 지난달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KB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매장을 본인이 소유한 소상공인은 16%에 불과하다. 즉 84%는 임대 매장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한국신용데이터가 지난 2018년1월 이후 분석한 '평균 임대료 대비 평균 카드 매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엔 임대료 대비 카드매출액이 최대 14~15배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최저 8배까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위드 코로나만 기다렸을 자영업자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다만 연남동과 정자동에서 주류판매점을 운영 중인 A씨(35·여)는 "위드 코로나를 했다가 방역을 급격하게 조여버리니까 체감이 더 심하다"면서 "통상 연말이 장사가 제일 잘 되는 때인데 회식도 없고, 모임도 없으니까 매출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마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판매하는 식으로 매출을 지켰지만, 매출이 늘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오히려 힘들었다고. A씨는 "사업자 내놓고 놀던 사람들은 돈을 타가고, 열심히 돈 번 사람들은 오히려 지원금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매물 절반 이상 권리금 없어졌다…당분간 추세 계속될 것"

자영업자들은 이렇게 지역 상권이 어려워진 만큼 임대료 등도 이제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올해 들어 '매매'와 관련된 글만 260여 건 올라온 상태다. 그중에는 '권리금 인하' '권리금 x' '무권리' 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매물의 절반 이상은 권리금이 아예 없어졌고, 나머지도 기존의 30~40%까지 떨어졌다"면서 "다만 매매는 가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의학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을 포함한 중소상공인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차기정부의 중대한 사회경제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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