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사용할 권리

『과수원을 경영하는 甲은 자신의 복숭아를 직접 판매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甲은 자신의 복숭아를 브랜화하기 위해 ‘달떼’라는 상표를 붙여서 복숭아를 판매하였습니다. 甲은 한 2년간 그 지역에서 제법 장사가 잘 됐습니다. 그런데 한 1년 전쯤에 乙이 甲 모르게 ‘달떼’를 복숭아에 상표 등록을 받았습니다. 乙은 甲의 복숭아가 잘 팔리는 것을 보고, 甲에게 상표권 침해 경고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상표법을 전혀 접해보시지 않은 분에게는 다소 황당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甲이 먼저 쓰고 있었는데, 乙이라는 엉뚱한 사람이 상표 등록을 받아서 오히려 甲에게 침해 경고를 하다니...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가 문제됩니다. 우선 乙의 상표 등록은 적법한가? 다음으로 甲은 乙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인가?

우선 乙의 상표 등록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甲은 乙보다 먼저 ‘달떼’라는 상표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상표등록 출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표등록은 먼저 출원한 자가 등록 받습니다. 이 경우 乙이 甲보다 먼저 상표등록 출원을 한 것이 명백합니다.

만약, 甲의 상표가 저명한 상표라면 乙은 먼저 출원하였더라도 등록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저명의 정도가 전국적 범위이어야 합니다. 사례에서는 甲의 ‘달떼’는 그 지역에서는 유명하다고 볼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저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乙의 상표 등록은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甲은 乙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일까요?

상표법에 따르면 등록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됩니다. 甲은 乙의 등록 상표와 동일한 상표인 ‘달떼’를 동일한 지정상품인 ‘복숭아’에 사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상표법에서는 사례와 같은 불이익을 막기 위해 2007년 7월 1일 이후 출원된 상표권에 대해서는 선사용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사용권이란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 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지정상품에 사용한 자는 그 해당 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선사용권이 인정되면 등록상표에 대한 상표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례에서 甲은 乙의 상표등록 출원 전부터 ‘달떼’를 복숭아에 사용하여 왔으며, 甲에게 부정경쟁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떼’가 甲의 복숭아를 나타내는 것으로 국내 수요자들에게 인식되어 있습니다. 만약 乙 의 출원이 2007년 7월 1일 이후라면, 甲은 ‘달떼’를 복숭아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선사용권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乙의 상표등록은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乙은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자에 대해서 침해 경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甲은 乙의 상표등록 출원 전부터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선사용권이 인정됩니다. 이 경우 甲의 상표 사용은 적법하고, 乙은 甲에게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 배상을 물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