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shit)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박정희 대통령이 전주에 시찰을 나갔다. 그 날밤, 지역 인사들과 시바스리갈로 거나하게 한잔하시고는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자 수행원이 대통령의 해장을 위해 '삼백집'에 가서 콩나물국밥을 배달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주인 할머니 왈, '야, 니놈들은 발도 없냐? 와서 쳐먹든지 말든지 해.' 애걸해도 소용없이 거절당한 수행원이 박 대통령에게 배달이 안 된다고 보고를 했다.

터프하기로 박사급인 대통령은 너털웃음으로 답하며 직접 찾아갔다. 이를 본 할머니가 󰡒이놈 봐라! 니놈은 어쩜 그렇게 박정희를 닮았냐. 누가 보면 영락없이 박정흰 줄 알겄다, 이놈아. 그런 의미에서 이 계란 하나 더 쳐먹어라.󰡓 전주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 집은 콩나물 해장국집으로 알려진 '삼백집'인데 그보다는 '욕쟁이 할머니 집'으로 더 유명하다.

상호는 일년 열두달 문을 열긴 하는데 하루에 300그릇 이상을 안 판다 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데 물론 지금은 그 할머니는 가시고 없다. 욕 잘해서 유명해진 집이니 욕 잘한다고 나무랄 일도 아닌 듯 싶다.

제 2화. 욕쟁이로 치면 속초시 동명동에 사는 서정순(72)할머니를 빼 놓을 수 없다. 급한 성격에 5분 대기조처럼 양말이나 옷을 벗지도 않고 잠자리에 들곤 하는데 그 이유는 외로운 처지의 독거노인들을 20여명이나 돌보고 있는데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일 하는 할머니가 왜 `욕쟁이 할매`로 불리는 걸까? 이는 주변사람들에게 도와달라면서도 당당하게 욕설을 퍼붓기 때문이란다. 병원이나 관공서에 가서 말이 잘 안통하거나 처리가 늦으면 듣기도 민망한 욕을 해 대면서 야단치는 바람에 할머니만 나타나면 비상이 걸린다. 물론 이 할머니도 식당을 한다.

제 3화. 역시 욕쟁이 할머니 김묘진(02-3443-2790)씨가 주인인 신신식당. CF도 출연해 우리에게 친숙한 할머니다. 이곳은 연예인들의 촬영 뒤풀이 장소로 유명한 곳인데 유명 연예인이고 나발이고 할머니에게는 한낱 욕 상대일 뿐이다. 17년 경력의 할머니 안주 솜씨도 인기비결. 강남구청 사거리에 있다.

왜 이렇게 욕을 해 대는데도 사람들이 몰리는 걸까? 󰡐욕󰡑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저주하는 말󰡑 혹은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로 해석되어 있다. 󰡐명예스럽지 못한 일󰡑이나 󰡐꾸짖거나 헐뜯는 일󰡑이란 의미도 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분화하는 언어, 이른바 갈 데까지 간 파국의 경지가 욕이다. 따라서 욕의 본성은 반란, 파괴, 폭행, 예외, 소외, 일탈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욕은 세상에서 통제되고 억눌렸던 본능을 배설해 내려는 시도일 수 있다. 자유롭게 욕을 뱉어내다 보면 억제된 내면을 표출함으로서 일종의 󰡐카타르시스󰡑 와 같은 통쾌함,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욕은 시, 소설, 연극은 물론, 󰡐친구󰡑에서 보았듯이 영화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 양념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욕이 shit, fuck, damn 등인데 직역하면 󰡐똥누다󰡑 󰡐성교하다󰡑 󰡐저주하다󰡑란 의미니까 엄청 고약하게 쓰인다. 그래서인지 우리처럼 욕해놓고도 서로 웃는 미국인은 없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욕󰡑도 잘 만 가공하면 전통상품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이렇듯 별로 좋은 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들 화내지 않고 단골이 되는가? 물론 사전적 의미처럼 남에게 이롭지 못한 말의 의미로도 해석되지만 강한 정감표시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은 야누스적인 특징이 있어서 싸울 때도 쓰지만 가장 친한 사람과의 대화 중에도 습관처럼 사용한다.

욕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집단이 군대다. 적절한 욕은 오히려 사기를 올리는데 큰 몫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욕이 금기시 됐던 미군부대에서도 욕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욕 잘하는 사람 치고 악인이 없다.󰡑는 말도 있고 󰡐욕이 금 인줄 알아라󰡑는 말도 있다. 욕이 주는 효과는 쉽게 기억되게 하며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적절하게 전달해 주기도 한다. 심한 수위만 넘지 않는다면 서로 웃으면서 정을 돈독히 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바로 욕이다.

예전에 광주에서 욕쟁이 선발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거기서 으뜸상을 탔던 욕은 󰡒날강도를 찜 쪄서 안주 삼고, 화냥년을 경수 받아 술 빚어먹고, 피똥 싸고 죽을 남원사또 변학도와 사돈해서 천하잡놈 변강쇠 같은 손주 볼 놈󰡓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욕 잘한다는 게 그리 자랑거리는 아닌 듯 하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욕으로 돈 잘 버는 할머니 몇 분을 더 소개한다.

청주의 금강설렁탕집은 지금 유영숙씨가 주인이지만 이전 창업자는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그 집 앞을 욕쟁이길이라 했을까 싶다. 쌀뜬물에 쇠머리고기와 내장, 족, 무릎고기인 도가니를 넣고, 파, 마늘, 양파와 함께 끓여 낸 것이다.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 게 일품이다.

의령군에서 쇠고기 국밥으로 유명한 󰡐종로식당󰡑(573-0303)의 이봉순씨도 욕쟁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이다. 전화번호가 말해주듯 김영삼 전대통령도 잘 아는 집이다. 󰡒국밥 좀 더 달라고 했다가는 고만 쳐 먹고 가!󰡓 라는 욕쟁이 할머니의 면박이 떨어지기 일쑤였지만 그 욕 맛이 밥맛 내는 양념이라고 여기며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50년 넘게 장사를 하던 욕쟁이 할머니도 팔순이 넘어 지금은 큰며느리 송영희씨(42)가 5년째 대를 잇고 있다.

청주 중앙공원 근처에 있는 󰡐상주할머니 올갱이국 (043-256-7928)은 30여년의 전통을 갈무리해 오면서 올갱이 해장국과 올갱이 무침으로 이름 높다. 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김월임씨(76)도 욕쟁이 할머니로도 통한다.

밑반찬도 깍두기와 초고추절임 등 두 가지 뿐이지만 이 집을 찾는 손님은 하루 100여명에 이른다. 김순이(71) 할머니가 35년 전 문을 연 󰡐통일 아구찜“ 집이 있다.

결혼한 지 10년만인 지난 67년, 5남매를 남겨두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음식점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짓궂은 손님들의 농담에 마음 고생하다 대응책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욕쟁이란 별명은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온 김 할머니의 상징이자 잊고 싶은 말이란다.

이렇게 많은 욕쟁이 할머니들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돈 잘 벌고 명예 얻고 살아가고 있다. 욕도 잘하면 돈이 되는 참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오늘부터 더 사랑해 보자. 그렇다고 당장 어린놈이 욕부터 배우는 못된 버릇은 애시당초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다 보아도 애가 아닌 할머니들이지 않은가? 욕을 잘하는 부류를 들라면 남쪽사람, 항구사람, 변두리 사람이라고 하는데 할머니가 아닌데도 욕하고 싶으면 몇군데 욕해도 좋은 사이트를 알려주고 싶다. 망치일보, 죄선일보, 욕쟁이나라, 짜가일보, 컨닝일보, 욕쟁이클럽, 일곱번째 창세기, 딴지일보, 보일아동, 시발일보 등에 접속하면 맘대로 글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