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별력 없는 상표

상표와 관련된 실무를 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상표가 등록이 될까요”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러한 질문에는 “글쎄요. 해봐야 알겠지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등록 가능성이 낮은 출원은 피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시려는 출원인들의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는 곤란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원하는 상표가 등록될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명백히 등록이 안되는 상표가 있습니다. 이를 크게 나눠보면 출원 상표 자체가 식별력이 없는 경우와, 다른 상표(또는 다른 사람)와 관계로 인해 등록 받을 수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표 자체가 식별력 없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표 자체가 식별력이 없는 경우는 상표법 제6조제1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보통명칭, 관용표장, 기술적 표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한 성 또는 명칭, 간단한 상표, 기타 식별력 없는 상표 등이 있습니다.

⑴ 보통명칭 상표란 그 상품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상표를 말합니다. 보통명칭인지 여부는 지정상품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PPLE”이라는 상표를 "사과‘’를 지정상품으로 해서 출원하면, 보통명칭이 되어 등록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APPLE”이라는 상표를 ‘컴퓨터’를 지정상품으로 해서 출원하면 보통명칭이 아니므로, 등록 받을 수도 있습니다.

⑵ 관용표장 상표란 동종업자들 사이에서 그 상품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를 상표로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정상품이 ‘직물’인 경우에 “TEX"이라는 상표는 관용표장 상표가 될 수 있습니다.

⑶ 기술적 상표란 상품의 산지품질원재료효능용도수량형상가격생산방법가공방법사용방법 또는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상표를 말합니다. 기술적 표장이 상품의 특징을 잘 나타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상표 출원인들이 선호하는 상표입니다.

기술적 표장인지 여부도 지정상품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SWEET"라는 상표는 ‘초코렛’을 지정상품으로 한 경우에는 기술적 표장이 될 수 있지만, ‘구두’를 지정상품으로 한 경우에는 기술적 표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판례는 기술적 표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 수요자가 그 상표를 보고 직감할 수 있어야 하며, 사전을 찾아봐야 그 뜻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기술적 표장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일반 수요자가 알 수 없는 외국어의 경우 기술적 표장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⑷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일반 수요자에게 지리적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상표를 말합니다. 실무에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국가명, 국내의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명칭, 특별시광역시도의 시군구의 명칭, 저명한 외국의 수도명, 대도시명, 주 또는 이에 상당하는 행정구역의 명칭 및 현저하게 알려진 국내외의 고적지, 관광지, 번화가 등의 명칭 등과 이들의 약칭을 의미합니다.

판례는 ‘컴퓨터프로그램’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출원한 “JAVA"라는 상표에 대해서, JAVA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를 비롯한 보고르, 반둥, 요자카르타, 세메랑 등의 주요 도시가 위치해 있는 인도네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중심이 되는 섬으로 잘 알려져 있으므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표장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⑸ 흔한 성 또는 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윤씨” 이라는 상표는 흔한 성인 경우에 해당되어 등록 받을 수 없습니다.

⑹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OMEGA(Ω)”, “ALPHA(α)”, “Beta(β)”, “22+35”, “50/25”, “123”, “One Two Three” 등과 같은 상표가 있습니다. 다만, “22&35”, “One and Two” 와 같이 「&」로 결합시킨 경우에는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으로 보지 아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⑺ 기타 식별력 없는 상표로는 “http://”, “www”, 통신과 관련하여 “CYBER, NET, COM, TEL”, 정보자료제공과 관련하여 “NEWS, DATA”, 금융과 관련하여 “CASH, CARD”, 장소와 관련하여 “LAND, MART, CLUB, PLAZA, WORLD, OUTLET, DEPOT, 마을, 마당, 촌, BANK, VILLAGE, HOUSE, CITY, TOWN, PARK, 나라” 등이 있습니다.

그럼 상표법 제6조제1항에 규정된 식별력 없는 상표는 무조건 등록이 안될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예외로 제6조제2항에 규정된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입니다. 기술적 표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한 성 또는 명칭, 간단한 상표, 기타 식별력 없는 상표의 경우라도 출원 전에 열심히 사용한 결과 일반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현저하게 인식이 된 경우라면 등록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경우는 식별력 없는 상표가 도안화 된 경우입니다. 도안화 된 경우 일반 수요자가 도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식별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실무는 기술적 문자상표가 도형화(도안화)되어 있어 문자의 기술적 또는 설명적인 의미를 직감할 수 없을 만큼 문자인식력을 압도할 경우에는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신사복’을 지정상품으로 한 “”라는 상표에 대해서,

영어단어 premiere가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품질이나 효능을 표시하는 것이기는 하나, 문자의 기술적 또는 설명적인 의미를 직감할 수 없을 만큼 도안화하여 문자인식력을 압도하고 있으므로, 등록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판례(98후1679 판결)의 입장입니다.

또 다른 경우는 식별력 있는 부분과 결합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를 지정상품으로 해서 “팔성 APPLE”라는 상표를 출원한 경우, 지정상품과 관련해서 "APPLE"은 식별력이 없는 부분이지만 “팔성”은 식별력이 있으므로, 등록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식별력 없는 상표끼리 결합한 경우에는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상표의 등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식별력 없는 상표를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식별력 없는 상표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도안화하거나 다른 식별력 있는 부분과 결합시키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