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불러오는 이연연상(二連聯想)

'새우깡’ 이름을 지어낸 사람의 얘기다. 일단 제품은 만들었지만 붙일 이름을 고민하던 차에 집에서 세 살배기 아들이 아리랑을 부르는데 자꾸 ‘아리깡’으로 발음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는 터라 ‘랑’字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깡’으로 발음한 것이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누구나 쉽게 발음할 수 있는 ‘깡’字를 붙인 것인데 네이밍 덕분인지 지금도 여전히 백만 인의 스낵으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

또 다른 얘기 하나. 아르키메데스는 그가 섬기는 임금인 하이론 1세가 왕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는지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그는 자나 깨나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목욕하러 욕조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몸무게만큼 넘치는 물을 보고는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발견했다. 즉, 물 속에서는 넘치는 물 무게만큼이나 자신의 몸무게가 가벼워진다는 논리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와 물속에서는 흘러나온 물 무게만큼 몸이 가벼워진다는 사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일에 해법을 찾기 위해 몰두하다 보면 전혀 다른 현상에서 이 해법을 찾게 될 수 있다는 원리, 그것을 심리학자 ‘쾨스틀러’는 이연연상(二連聯想/biso-ciation)이라 명명했다.

살다보면 우리는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기업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벤치마킹이란 걸 하기도 하고 모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역할모델을 찾기도 하고 멘토의 가르침에 따라 순응하기도 한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면 기업의 벤치미킹은 하위 기업이 상위기업의 잘하고 있는 점을 배우는 답습효과 일 뿐 창의적이진 못한다. 모방하거나 복제하는 것 역시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어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다.

단지 시장을 나눠가지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라도. 인생그리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할모델이나 멘토는 경제적 사회적, 혹은 문화적으로 자신과 엄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참고할 뿐이지 그 모델 자체가 자신의 것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기에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다만 선각자들이나 선임자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기에는 유리할 뿐이다. 내가 쓴 칼럼 중에 “낚시와 창업의 상관관계”라는 글이 있다.

지난 20여년간 자나 깨나 창업에 대해서만 고민하다 보니 그 어느 장소, 어떤 현상을 보고도 늘 창업과 연상(聯想)해서 해법을 찾곤 하는데 낚시터에서도 창업과 전혀 상관없는 이론적 접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비즈니스모델은 상당히 많다. 일본의 술집인 가라오케에서 ‘노래 부르는 것’만 따로 떼 내서 ‘노래방’을 만들었고, 캠프파이어에서 힌트를 얻어 ‘찰흙 오리구이전문점’을 생각해 냈다.

또한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습관을 이용해서 ‘음성응답방식을 이용한 설문조사’로 특허를 내서 유망한 벤처기업 반열에 올려놨고, 하이브리드(hybrid)음악을 통해 퓨전음식점의 유망함을 예견하기도 했다. 사회적 트렌드에서 얻은 이연연상도 많다. 인터넷이 PC의 병렬연결로 이루어진 이기라는 점에서 ‘수평사회’의 도래를 예측했고, ‘옥탑방 고양이’ 드라마를 통해서 ‘계약동거’의 일상화를 가늠해 내기도 했다.

여성의 자아계발 욕구 분출이 ‘실버이혼’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으며 바둑의 이론에서 경영기법을 연상해 내기도 했다. 이연연상은 차별화 혹은 경쟁우위전략 수립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뭔가에 대한 호기심-> 집착에 가까운 몰입->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고의 집중->결과를 얻기까지 변함없는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