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3조 가치 인정받게된 이유는?

판교에서 시작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기업 가치 3조 원을 인정받으며 1,800억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9년 시리즈 C 투자를 받을 당시 2,000억 원대였지만 2년 사이에 3조 원으로 10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당근마켓의 덩치는 2조 6,000억 원인 신세계를 뛰어넘는 규모고, 3조 원대의 롯데와 비슷한 규모의 기업가치다. 최근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예상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추세가 많아지고 있다.

당근마켓이 국민 생활 앱으로 등극이라도 한 걸까? 이 정도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어느 정도 규모가 담보돼야 한다.

실제로 모바일 인덱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1년 6월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순위를 따져봤을 때 1위는 카카오톡, 2위는 유튜브로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당근마켓은 12위에 안착하며 페이스북(14위)보다 앞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우리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서 발표한 중고거래 플랫폼 점유율을 살펴보면, 당근마켓의 성장세도 엿볼 수 있다.

2019년 당근마켓의 중고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했고 중고 나라는 67%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 당근마켓의 점유율이 48%로 올라서며 43%P 상승했고, 중고 나라는 35%로 32%P 감소했다.

이로써, 후발주자였던 당근마켓은 기존에 있던 경쟁자들을 모두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을 알 수 있다.

판교에서 시작한 장터가 전국으로

당근마켓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해당 서비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당근마켓은 2015년 판교장터라는 서비스에서 시작했다. 판교에 위치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중고 직거래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직거래 전문 플랫폼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머지않아 근처에 있는 주민들도 사용하며 이용자는 크게 늘었다.

당시엔 판교에 위치한 회사 이메일로인증을 하고, 신원 확인을 거쳤다고 한다. 그렇게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이후 플랫폼이 성장하며 ‘당신 근처에 있는 장터’라는 뜻으로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꿔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권역을 하나하나 나눴고 권역마다 6km의 거래 범위를 제한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시작한 작은 중고거래 플랫폼은 어떻게 6년 만에 전국을 호령할 수 있었을까?

로스리더 전략

로스리더는 특정 제품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쉽게 말해 손해(lose)를 감수하고 소비자를 유도(leader)하는 전략이다. 미끼 상품, 유인상품이라는 말로도 해석되며 통상 기존 가격보다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관계자들은 당근마켓은 이 로스리더를 활용해 성장했다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근마켓이 커머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어디서 가격을 낮췄다는 말일까? 당근마켓은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로스리더 전략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근마켓은 ‘거래 수수료’가 없어 중고거래가 이뤄진다 해도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다르게 말하자면 회사 입장에서 중고거래를 통해 수익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선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근마켓이 ‘플랫폼’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플랫폼을 방문하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해당 브랜드의 가치는 높아진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에 걸맞게 근처에 있는 소상공인 중심으로 광고를 펼쳐서, 이를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들에게 편의성과 신뢰를 가져다줌으로써,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5년 출시 이후 MAU 1,000만을 달성하며 국민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신뢰를 구축한 당근마켓

당근마켓이 나타나기 전 중고거래 시장은 중고나라, 번개 장터라는 큰 라이벌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5년 만에 1위로 발돋움 할 수 있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기존 중고거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혁신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당근마켓은 기존 중고거래에선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신뢰’다. 신뢰를 구축한 당근마켓 기존 중고거래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을 연결해줬다. 그에 따라 익명성이 깔린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주로 택배를 통한 비대면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상대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고, 이로 인해 죄의식이 옅어지며 사기 사건이 빈번했다.

판매자가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먹튀’와 물건 대신 ‘벽돌’을 보내기도 하는 등, 판매자 검증 과정에 차질이 많았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대부분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중고거래를 바라봤다.

5년 전만해도 중고거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유튜버 가전주부)

당근마켓은 달랐다.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시대에서 오히려 거래 범위를 지역으로 한정 지은 것이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당근마켓은 사용자를 모을수록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 들어갔고, 이를 통해 동네 근처에 있는 사람과 거래를 활성화 시켰다.

위치기반으로 거래를 이어주기 시작하자, 사기 거래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었다. 동네 근처에 있는 사람들만 거래를 할 수 있다 보니, 신뢰가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거래에 대한 선호도와 인식 자체도 개선되기 시작하며, 점차 시장을 열기 시작했다. 로컬 커뮤니티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시장가치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모든 플랫폼이 온라인과 연결되는 시대에 당근마켓은 역행하는 듯했으나, 결론적으론 그 선택이 옳았다.

당근마켓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경을 늘려 거래되는 품목을 늘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동네 마켓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했고, 피버팅(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바탕으로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전략)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시의 한수로 작용했다.

당근마켓의 김용현 대표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거래 반경을 더더욱 세밀하게 좁혀나갈 것이라 말했고, 최종 목표로는 아파트, 건물, 단지 단위로 좁혀 들어가는 것이라 강조했다.

간편함으로 끌어모아

당근마켓은 60대도 활발하게 사용할 정도로 간편하다.

기존 중장년층은 이커머스 결제 과정이 번거로워해 사용량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간편함을 앞세우기 시작하자 40~50대 중장년층의 이커머스 거래량이 20~30대를 앞설 수 있었다.

이 자료가 말해주는 것은, 간편함과 사용성이 보장된다면 압도적인 자금을 바탕으로 더 큰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증거다. 당근마켓은 간단한 프로세스를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 또한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인지 지역에 있는 다양한 세대의 소상공인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사용한다. 40~50대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잡고 복잡한 디지털 광고 용어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해 광고 집행 난도를 낮춘 것이 소상공인 또한 당근마켓에 자리 잡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당근의 성장 가능성은?

당근마켓은 동네 생활이라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중고거래를 중점적으로 서비스하며 경쟁자가 중고나라, 번개 장터였지만,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옮겨간다면, 구인·구직, 부동산 등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당근마켓의 라이벌로 직방, 알바몬 등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이미 선례로 미국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넥스트도어다. 주소인증과 실명 인증을 기반으로 한 지역기반 SNS 서비스였다. 커뮤니티로 시작해 구인·구직,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를 추가하며 6,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미국 가구 3분의 1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넥스트 도어는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4조 5,000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았고, 여러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해가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작했고, 반대로 커뮤니티로 뻗어가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당근마켓은 어느새 새 흐름을 만들어 시대를 선도했다.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당근마켓은 특유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계속해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히며, 글로벌 진출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행보를 바탕으로 당근마켓의 저력을 확인 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평가된 3조의 기업가치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중점으로 매겨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