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당근마켓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당근마켓’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두고 ‘1일 1당근(하루 당근마켓 거래 1번)’, ‘1일 2당근(하루 당근마켓 거래 2번)’ 등의 신조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이나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당근마켓만큼 핫한 주제도 없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이 입던 옷이나 장난감 등은 쉽게 버려지기 일쑤였지만, 이젠 당근마켓을 통해 사고파는 인기 품목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중고물품을 앱에 올려 동네 주민들과 직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애플리케이션(앱) 내 GPS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인증해야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당근마켓은 판매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구매자들과 연결해 준다. 이용방법도 간단하다. 앱에 접속해 본인의 위치를 등록하면 근처(4km 이내)에서 판매 중인 있는 상품이 뜬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클릭하면 상대방과 채팅이 가능해 장소와 시간 약속 등을 잡으면 된다.

당근마켓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의 연령 폭이 넓다는 점이다. 2030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4050 이용자 비율이 더 높다. 모바일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당근마켓 전체 이용자 중 가장 많은 46.5%가 4050으로 나타났다. 이어 2030 비중이 45.5%를 차지했다.

지난 3월 기준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 수는 2천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 주간 이용자 수(WAU)는 1천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중 절반이 주 1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활성 사용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당근마켓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치곤란 중고품도 손 쉽게 판다...

새로운 경험에 또 당근마켓 찾는다

유통업계와 학계에서는 당근마켓 인기의 이유로 ‘새로운 경험’을 꼽았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과거 대부분 버려졌던 중고물품들이 거래를 통해 돈이 되는 경험을, 구매자는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예상치 못할 만큼 싼값에 사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을 팔아 돈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은 중독성이 매우 강할 것”이라면서 “집에 있는 사소한 물건들을 언제든 팔 수 있고, 실제 팔린다는 사실과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공신력 있는 플랫폼(당근마켓)이 있다는 것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충분한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도 동의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내가 쓰지 않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들이 있다. 그런데 그걸 누군가는 필요로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그걸 이어주고 있는 것”이라며 “쉽게 팔 수 있고, 쉽게 살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이용자들은 다시 필요 없어진 중고 물품이 생기거나 필요한 물건이 생긴다면 당근마켓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전에도 중고거래 플랫폼은 있었다. 하지만 당근마켓처럼 자신의 동네 인근에서 직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은 없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은 지역단위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만큼 서로 만나서 직거래를 한다”면서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집 근처에서 만나 거래를 하는 셈이다. 양측 모두 심리적으로 안정돼 거래하는데도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동네 기반의 대면 거래가 이뤄지는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시 가장 우려되는 ‘사기 문제’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중고사기 피해의 경우 대부분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의 대부분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지역이 달라 택배를 주로 이용했다. 그 때문에 대금만 받고 상품을 보내지 않거나, 엉뚱한 상품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반대로 물건을 받고 대금을 보내지 않는 사례도 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자사에서 발생한 사기 사례 중 절반가량인 48%가 ‘상품 미발송’이었다. 이외에도 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에 신고된 계좌번호를 사용한 경우가 22%, 가짜 안전거래(에스크로) 사이트 탈취 사례 14%, 사용불가 제품 배송 9% 등이다.

반면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거리가 4km인 당근마켓은 택배를 이용할 필요 없이 직거래가 이뤄진다. 약속 장소에서 만나 상품을 직접 전달 받다 보니 알지 못했던 손상 여부나 작동 이상 여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 역시 자사의 성공 요인으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간의 직거래를 꼽았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웃간의 직거래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발생한 대부분의 중고사기 피해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서비스 초기부터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직거래 서비스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가 당근마켓의 빠른 성장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황일수록 더욱 활발해지는 중고거래가 코로나19로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중고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이나 조금이라도 더 싸게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도 당근마켓을 찾고 있다. 과거 어려운 시절 전당포를 찾아 돈을 구했던 것과 비슷하다"면서 "코로나 시국에 이러한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당근마켓도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빠른 성장에 각종 범죄 수단 악용 우려도

한편으론 당근마켓식 중고거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빠른 성장과 함께 자칫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중고거래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최근에 당근마켓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조성되면서 의약품온라인 거래가 위험성 인식 없이 성행하고 있다”며 “실제로 디에타민과 같은 마약류 의약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었고, 이는 필로폰 중독자들 사이에서 마약 대체로 사용되는 약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근마켓은 "선제적 방지노력 차원에서 더욱 강화된 이용자 대상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불법 게시글을 올린 이용자에 대한 제재 강도를 강화하는 등 서비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며 "긴급 상황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상 패턴을 보이거나 정상 범주를 벗어나는 것으로 분석될 경우 이를 사전 필터링할 수 있는 AI기술 고도화에도 중장기적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단위 거래로 직접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만큼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교수는 "직접 만나 거래를 한다는 것이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만 오히려 직접 만나야 하는 만큼 폭력, 강도 등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