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쿠팡 나오나"…손정의, 야놀자에 1조 투자 '몸값 10조' 평가

제2의 쿠팡신화 나오나 모텔 직원 출신 이수진 대표

창업 10여년만에 데카콘으로 글로벌 진출·뉴욕상장 유력

기술기업으로 변신중 전직원 70%가 R&D 인력 여행·숙박에 첨단기술 접목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국내 최대 여행·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한다. 야놀자는 숙소부터 교통수단, 레저 프로그램, 식당 예약까지 여행과 여가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슈퍼앱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만 이용자 1500만명을 확보했으며, 이번 비전펀드 투자로 '데카콘(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기업'임을 인정받았다.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야놀자가 쿠팡처럼 미국행을 택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금을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에 집중 투자해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릴 계획이다. 단순 예약 플랫폼을 넘어 여행·여가 산업 전반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글로벌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야놀자의 IPO를 앞두고 야놀자 지분 10%에 해당하는 8억7000만달러(약 1조원)의 주식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최근 야놀자에 대한 투자를 확정했다.

계약이 확정되면 야놀자는 쿠팡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대규모로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게 된다. 지난 4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약 3조4455억원)를 투자받았다.

손 회장은 야놀자의 성장성뿐 아니라 세계적 기술기업으로서 잠재력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이수진 총괄대표가 2007년 창업했다. 이 총괄대표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모텔 종업원 시절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야놀자를 세운 뒤 지난 10여 년간 여행·여가 플랫폼 시장을 혁신해왔다.

야놀자는 국내 온라인여행플랫폼(OTA)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에어비앤비나 부킹닷컴 같은 거대 글로벌 OTA 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다. 야놀자는 2019년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인 '유니콘'으로 등극한 뒤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데카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 총괄대표가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손 회장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우버 같은 세계적 기술기업에 투자한 '큰손'이다. 야놀자는 최근 '테크 올인(Tech All-in)' 비전을 선포하며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야놀자 클라우드'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도 본격화했다. 올해 하반기에만 연구개발(R&D) 인재를 300명 이상 채용해 전체 임직원의 70% 이상을 R&D 인력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분야에서는 다국적기업 오라클과 자웅을 겨루고 있고, 설치형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 PMS 시장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야놀자 앱은 숙소 예약뿐 아니라 다양한 레저 활동, 교통수단, 식당까지 연결하는 '슈퍼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야놀자가 한국이 아닌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FT는 분석했다. 야놀자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IPO를 준비해왔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곳에 상장할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는 것은 야놀자가 국내 상장 이상의 성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야놀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