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익 5배↑’ 야놀자, 1년간 IT 기업 5곳 인수∙설립

최근까지 11개사 사들여

국내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최근 거침없는 정보기술(IT) 기업 인수·설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인터파크와 데이블, 산하정보기술(호텔 자산관리 시스템)을 인수했고 트러스테이(프롭테크), 야놀자클라우드를 설립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숙박업소 이용이 줄자 IT 분야의 신사업을 발굴해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의 인수∙합병(M&A) 역사는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텔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선 야놀자는 IT 기반 레저∙액티비티 플랫폼인 ‘레저큐’, 동남아시아 여행 플랫폼 ‘젠룸스’, 인도 기술 기업 이지테크노시스 등 최근까지 11개사를 사들였다. 자회사는 지난해 6월 설립한 ‘야놀자클라우드’를 포함해 야놀자씨앤디, 여행대학 등 15개사다.

지난해 7월 야놀자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로부터 16억 7000만 달러(약 2조 224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비전펀드는 여행과 숙박, 레저를 포함한 여가 시장에서 IT 종합 플랫폼으로서 야놀자의 시장 지배력과 기술력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놀자의 시장 우위와 플랫폼 사업 확장에 필요한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단 뜻이다. 2조 원이라는 숫자보다 IT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과 기술 기업으로서 발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 ‘긴 꼬리’ 유행에도 지난해 영업익 전년비 392%↑

야놀자는 코로나의 유행양상이 ‘긴 꼬리’ 형태로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액이 374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2888억 원) 대비 29.8%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6억 원으로 전년(109억 원)보다 392% 급증했다.

이는 업계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국내여행 수요가 몰리며 숙박·레저 등 여가사업 전반이 호조를 보였고 클라우드(가상 서버) 솔루션을 바탕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확장 정책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해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 야놀자의 설명이다.

야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외 숙박 업소에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사업을 확대했다. 대표 솔루션인 ‘와이플럭스’는 객실 예약 확인과 체크인, 체크아웃, 룸서비스 등을 비대면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70개국의 3만여 개 숙박 업소에 도입된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 한 달 간 해외 판매가 전년에 비해 170%가량 늘었다.

업계 최초 호텔 자동화 솔루션 ‘와이플럭스’ 개발

지난해 7월 한국기업데이터(KED)에 따르면 야놀자는 클라우드 기반 호텔 자산 관리 시스템(PMS) 분야에서 미국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오라클에 이어 세계 2위 기업이다. 야놀자는 지난 2017년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등을 활용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개발에 착수해 가람(호텔 자산관리 업체)과 이지테크노시스(호텔 관리 업체), 산하정보기술(호텔 자산관리 시스템) 등 국내외 1위 기업을 인수해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야놀자는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호텔 자동화 솔루션인 와이플럭스를 개발했다. 와이플럭스는 객실 예약과 관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 공유와 통합 관리를 지원한다. 이후 ‘셀프 언택트(contactless)’ 기술이 적용된 체크인 기기인 ‘와이플럭스 키오스크’도 선보였다. 지난해엔 호텔시장이 급성장하는 아프리카에 진출해 4개월 간 1700여 개 호텔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야놀자는 숙소 예약과 대중교통, 레저, 식당 예약을 아우르는 슈퍼앱을 강화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솔루션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전환으로 수익성도 키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해당 솔루션을 자동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AI 기업인 데이블을 인수(지분율 53.1%)한 야놀자는 솔루션의 핵심 기술인 SaaS와 IoT에 AI를 더해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 방침이다.

애드테크 기업 데이블도 인수…지난해 매출 11.7% 증가

2015년 설립된 데이블은 애드테크(광고+기술) 기반의 광고∙솔루션 서비스 기업이다. 지난 11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의 39.6%가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글로벌 업체다.

데이블의 지난해 총 매출(연결 기준)은 전년대비 11.7% 증가한 327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별로는 네이티브 광고(광고를 콘텐츠의 일부로 보이게 하는 것) 부문의 매출이 전년보다 11.2% 늘어난 325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전년대비 406.3% 성장한 2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처음 발생한 영향이 컸다. 데이블은 대만과 인도네시아, 홍콩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데이블은 이들 국가를 포함해 일본과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있다.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대만으로 지난해에만 108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선 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데이블 주요 고객사는 온라인광고컨설팅 업체…국내 미디어 기업 3000개사 확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사는 온라인광고컨설팅 전문기업인 라마컴퍼니(11.8%)와 제이슨컴퍼니(20.4%)다. 이 외에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MBC, KBS 등 국내외 3000여개의 미디어가 데이블의 고객사다.

야놀자는 데이블의 자연어 처리와 딥러닝(심층 학습),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숙박과 레저∙액티비티 등 맞춤형 추천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블의 관련 기술(사용자의 행동을 추천 결과에 반영해 자동으로 추천 품질을 향상)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12월 1세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인터파크를 2940억 원(지분율 70%)에 인수하며 여행업 진출에도 나섰다. 야놀자는 항공권 발권 1위 기업인 인터파크의 브랜드와 회사의 기술력을 결합해 항공 예약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고객이 직접 패키지여행 상품을 구성하는 다이내믹 패키지 솔루션도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