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줄고 열기는 식고”…적신호 켜진 스타트업

2010년대 후반부터 휘몰아치던 창업 열풍이 올해 들어 차갑게 식는 분위기다. 완성도 높은 사업계획서 한 장만으로도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던 창업자,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의 꿈을 이루고 후속투자를 기다리던 스타트업은 갑작스런 위기에 당면했다.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투자규모도 크게 위축된 탓이다.

IT매체 테크크런치에서 독립한 시장조사기관 크런치베이스는 올해 4월 한 달 동안 이뤄진 글로벌 벤처투자 총액은 470억달러로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에 비해 12%, 전월 대비 10% 감소한 수치이자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벤처투자는 1,424억달러로 전분기비 20.7% 줄었다. 올해 2분기에는 이보다 19% 추가로 감소해 1,154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분야별로는 소매 기술에 대한 투자는 올해 2분기에 전분기비 50% 감소하고 핀테크(28%)와 디지털헬스(25%) 역시 큰 낙폭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투자목표액 1억달러 이상을 의미하는 ‘메가라운드 펀딩’의 올해 1분기 횟수는 전분기비 30%, 투자 총액은 59% 줄었다.

이처럼 스타트업씬에 실적 악화와 암울한 전망이 드리우면서 다수의 언론은 주요 벤처캐피탈(VC)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에 긴급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가적인 투자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동시에 비용절감과 현금 확보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저마다 지갑을 닫았다. 시리즈D 투자는 지난 4월 2,300억원을 유치한 ‘오늘의 집’, 시리즈G 투자는 지난 3월 ‘쏘카’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쿠팡과 야놀자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지난 5월 실적 발표 후 내년 3월까지 계획됐던 스타트업 투자를 전년비 25%에서 최대 50%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내외 스타트업들도 일제히 긴축경영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누적 투자금액이 약 700억원에 달하는 스푼라디오는 시리즈D 투자유치 실패 후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온덱과 모기지 스타트업 베터닷컴도 최근 자사 인력을 25~50% 정리해고했다. 주식중개플랫폼 로빈후드도 300명 넘는 직원들을 내보냈다.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기업공개(IPO) 일정들도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 중이다. 기업가치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저스트웍스는 주당 29~32달러의 가격으로 700만주를 발행해 2억14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철회했다.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에 도전한 보로노이는 최근 IPO를 자진 철회했고, 지난해 덴마크 룬드백에 약 5,180억원 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에이프릴바이오 역시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IPO를 통해 상장한 기업 수는 2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이처럼 업계에 다각적인 어려움에 처하면서 VC업계에서는 제2의 닷컴버블이 도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0년대 말 신생 IT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하며 대량해고가 잇따르고 투자금을 회수하려 헐값에 지분을 대량 매도하면서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상황이 닷컴버블 붕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스타트업들이 빠른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현금을 확보하면서 비용을 줄여 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직원 수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성장하기 전에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씬 참여자의 자구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투자회사는 기존 조성한 펀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투자를 이어가야 하고, 투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성장성이라는 먼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 눈앞의 실적에 집중해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정책적 권한을 가진 정치권도 투자환경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