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나에게 무엇인가?

'조직은 나에게 무엇인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지는 한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을 이끌고 가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비즈니스 영역 자체는 계속 변화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시장에 속한 조직들의 상황이다. 경영자조차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사람이 무엇을 보장해 주겠는가? 특히 고용 안정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마스시타 고노스케의 에세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보고,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인생이며, 세상이다. 하물며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세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일단 그 만큼의 각오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은 오늘의 연속이다. 매일 아무 일 없이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달라진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사업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때, 적응에 실패하는 구성원들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연구소 같은 조직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래도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사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비해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직은 바뀌는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럴 때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거의 업적이나 인간관계로 미루어보면 적응하지 못하는 인재와도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 언제까지나 그가 조직의 새로운 요구에 적응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계속 대응하지 못하면 종국에는 내보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자발적인 변화의 의지와 열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변하는 조직의 요구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든 스스로를 좀더 개선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 변화를 필수가 아니라 선택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점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경영자 역시 인간이다. 그들의 행동 동기를 정확하게 이해해 두는 일이 필요하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경영자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경영이란 본래 주어진 자원에서 자원 안배의 최적화를 향해 일종의 게임을 하는 일이다. 그런 자원 가운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자원이 있다면 한 두 번 정도는 인내할 수 있어도 언제까지나 그런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의외로 쉽게 문제 해결책을 구할 수 있다. 요구를 만족시키든지 떠나든지 둘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 조직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된 이상, 조직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당당하게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삶의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매사를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친소(親疎)관계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패거리문화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인간이기에 가깝고 먼 관계가 생기는 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관계에 의지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조직에서 지나치게 관계망에 의존하는 사람은 실력과 인간관계사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들의 경우 자원 안배의 우선순위는 항상 인간관계다. 그러나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항상 승승장구할 수는 없으며 세월이 흐르고 이런저런 변화에 따라 관계망이 와해될 수도 있다. 이때 오도 가도 못하는 위치에 처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궁극적으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변화하는 조직의 요구에 맞추어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변화시켜 나가는 일뿐이다. 따라서 직업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직의 요구는 늘 변화한다'는 생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머리와 몸 안에 들어 있는 지식과 정보, 경험이다. 그리고 계속 변화해 가는 조직의 요구를 스스로 만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냉정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