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 예비창업자와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됐으며 지난 4일부터 ‘정보공개서 등록제’와 ‘가맹금 예치제’가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전문인력 부족과 프랜차이즈본사들의 참여 저조로 정보공개서 등록과 가맹금 예치제가 조기 정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보공개서 등록 브랜드는 366개에 불과하다. 등록신청 후 심사 중인 브랜드를 포함해도 700개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본사 수가 2500개에 달하고 브랜드 숫자는 5000개 이상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등록률은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보공개서는 예비창업자가 본사의 재무구조, 매출은 물론 해당 브랜드 가맹점 수, 폐점율, 임원 현황 등을 볼 수 있도록 한 문서로 공정위의 심사를 거쳐 가맹사업거래 사이트(franchise.ft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 정보공개서 심사인원 부족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브랜드 등록수가 저조한 이유를 정보공개서 등록 신청시 심사인원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정보공개서 등록 신청 후 등록까지는 한달정도가 소요된다. 정보공개서 심사인력은 공정위에 6명, 서울사무소에 6명을 포함해 각 지방 심사인력까지 포함해도 20여명에 불과하다.

한 심사인원이 프랜차이즈 본사 125개사, 브랜드 수로는 250개 브랜드의 정보공개서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달말부터 정보공개서 미등록 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심사 인력 부족으로 심사 기간이 한 달이나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신청을 해도 9월에야 등록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현장조사를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공정위의 8월 현장 조사 방침 발표로 업계는 벌써부터 위축되고 있다.

8월말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창업박람회 참가 업체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그 예다.

업계는 공정위에서 박람회 현장으로 현장조사를 나올 경우 미등록 업체가 가맹계약을 하는 것을 적발할 우려 때문에 박람회 참가를 꺼리고 있다.

공정위 이경만 가맹유통과장은 “박람회장으로 현장조사를 갈 계획이지만 업계의 우려처럼 적발 후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행초기인만큼 미등록 업체 계도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전했다.

■가맹금 예치기관도 부족

정보공개서 등록과 함께 시행되는 가맹금 예치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가맹금 예치제도는 예비 창업자가 계약후 본사의 과실 등을 이유로 계약 파기를 요청했을 때 본사와의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가맹보증금을 금융기관에 일정기간 예치해두는 제도다.

그러나 2500개에 달하는 본사 수에 비해 가맹금을 예치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5개에 불과하고,지점까지 해당업무에 대한 전달되지않은 금융기관이 많아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이 가맹금예치기관이어서 지점을 찾았지만 은행 직원이 해당 사실을 몰라 당황했다”며 “결국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가맹금을 예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공정위 측은 “전 금융기관에 해당 사업을 알렸지만 사업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며 “지점에서 사업 내용을 모르는 곳이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2500여 가맹 본사에 팩스와 전화를 통해 알렸지만 아직도 이같은 사항을 모르는 본사가 많은 것도 등록이 더뎌지는 원인”이라고 꼽았다.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기업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정보공개서를 경쟁기업이 악용할 것을 우려해 업체들이 등록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않다.

정보공개서 등록을 대행하는 한 가맹거래사는 “정보공개 이전에도 카피 브랜드가 판을 쳤는데 정보가 공개되면 이같은 문제가 더 심각해질 전망”이라며 “예비창업자에게만 한정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측은 “현실적으로 경쟁 본사의 정보공개서 열람을 제한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당분간 업계와 공정위간의 가맹사업법 개정 후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