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의 한계는 없어요"

재활용 건축자재로 제작한 악기를 사용해 주목받기 시작한 뮤직퍼포먼스그룹인 ‘노리단’은 결성 3년 만에 가포르, 홍콩, 영국, 러시아 각지에서 초청 받는 유명그룹이 됐다.

소외계층을 위한 워크숍,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한 악기공원 조성사업 등을 벌여 수익성 확보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실현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2007년 문화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문화와 사회적 기업의 결합지난 10월 15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노리단의 논버벌 뮤직 퍼포먼스 ‘핑팽퐁, 네 심장을 두드려봐!’가 흥겨운 막을 올렸다.

‘핑팽퐁…’은 쉽게 버려지고 잊히는 물건을 재활용해 악기를 개발하는 노리단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산업자재로 직접 제작한 악기를 연주하는 타악 퍼포먼스와 판타지 드라마가 결합된 이번 공연에서는 자전거가 악기로 변신했다.

노리단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생태주의 악기개발자 스티브 랑턴과 함께 폐자전거를 재활용한 악기를 만들어 선보인 것이다. 노리단의 모태는 하자센터. ‘자신의 욕구를 찾아서 자기 취업하자’는 취지로 1999년 설립된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학습 공간이다.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하자센터는 처음에는 학교 바깥으로 나온 10대 청소년을 위해 대안교육, 직업교육을 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자라면서 최근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20~30대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폭이 넓어졌다.

하자센터의 첫 번째 문화예술 벤처 프로젝트로 2004년 탄생한 노리단은 10대 청소년, 20대 마니아 청년, 중장년 전문가 그룹이 동료이자 학생이자 교사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간다.

결성 3년 만에 벌써 싱가포르, 홍콩, 영국, 러시아 각지에서 초청 받는 유명그룹이 됐고, ‘핑팽퐁…’은 지난 5월 마카오 아트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선보인 첫 국제무대에서 90% 이상의 관객점유율과 기립박수를 받았다.종업원소유회사로 작년 매출 4억 5,000만 원노리단 사업은 크게 공연, 교육, 미술 부문으로 나뉜다.

분야는 다르지만 모든 사업이 ‘예술 교육’ 하나로 통한다. 산업자재나 생활용품으로 악기를 만드는 과정, 굳어버린 자기 몸을 두드려서 다양한 리듬을 만드는 ‘몸벌레’ 놀이, 이를 모아 공동체 퍼포먼스를 구성하는 공연 모두 예술이자 교육이다.

김종휘 노리단 단장은 “노리단에는 상하가 없고, 업무별 책임자가 있을 뿐”이라며 “서로 부를 때도 직함, 나이 상관없이 ‘휘’, ‘도리’, ‘미야’ 등 별칭만 달랑 부른다”고 전했다. 이런 문화 속에 나이 어린 단원은 책임감이 높아지고 나이 든 단원은 활력이 높아진다. 노리단은 지난 5월 그동안 벌어놓은 현금유보금 중 5,000만 원을 자본금 삼아 모태조직인 하자센터에서 독립해 별도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은 단원 25명이 골고루 나눠 가졌는데, 법적으로는 ‘종업원소유회사’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비영리사단법인’이다. 노리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4억 5,400여 만 원. 생태주의퍼포먼스 공연, 재활용악기 제작, 이를 외부에 가르치는 워크숍이 주요 수입원으로, 11월 방영될 KBS 어린이프로그램 ‘후토스-하늘을 나는 집’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방송 수입도 생긴다.

총 수입을 인원별로 나누다보면 평균 1,800여 만 원 남짓의 연봉이지만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은 물론 정착할 집이 마땅찮은 직원들을 위한 공동숙소도 제공되어 그나마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노리단 단원의 급여 체제와 경력, 업무는 노리단의 악기들만큼이나 다양하다. 공연만 하면서 월 35만 원을 받는 사람도 있고, 총괄업무를 하면서 연봉 2,500여 만 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

가장 어린 단원이 10세, 가장 나이가 든 단원이 54세다. 25명 직원 중에 차상위 이하 저소득층이 5명, 학교 중퇴자와 대졸자, 전직 트럭운전사와 예술가, 실패한 자영업자와 성공한 국제문제전문가가 함께 뒤섞여 일한다. 엄마와 딸이 나란히 단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목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먹고 살자’‘학교이자 공동체’라지만 노리단의 구성원을 보면 프로들이다. 김종휘 단장은 문화평론가로 더 유명하고, 안석희 예술감독은 민중가요 ‘바위처럼’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다.

교육프로그램매니저는 연극배우이고, 악기장은 기타리스트다.김종휘 단장은 “우리 목표는 한마디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먹고 살자’는 것”이라며 “노리단의 공연, 교육, 미술 각 사업 부문이 성장해 문화예술을 하는 다른 그룹들이 우리 우산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것을 나누는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노리단은 사회적 기업가와 연구자들한테도 ‘꿈’ 같은 존재다. 소외층의 자활을 목표로 설립된 다른 사회적 기업들은 흔히 공동체의식의 빈곤, 자발성의 결여로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반해 노리단은 구성원의 자발성, 공동체의식이 높아 재무적·사회적으로도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공동체정신의 활성화, 문화적 혁신으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게 노리단에 대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