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 대상에 오른 적이 있던 가장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이번 경기침체가 언제 구조조정의 칼날로 다가올지 몰라 마음이 더욱 편치 않다.
변영광(47) 씨는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황 속에서도 자기사업을 하며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동경으로 마음 한 구석에 언젠가 자기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퇴직 후 자신이 원하는 생활이 무엇인지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그는 약 5년 후 퇴직하고 그 후 2년 내외로 창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인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노후, 은퇴 후 2막
30년을 일하고 30년을 살아야하는 우리들에게 은퇴기간은 생애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인구고령화가 매우 빨리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은퇴 이후의 생활을 준비하는 우리의 노력은 충분하지 못하다. 은퇴 후 장기간 동안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불행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은퇴 이후의 풍요로운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기에 수입의 일부를 적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은퇴 후 생활을 위해 모은 연금재원과 사업자금은 개별적으로 운용해 관리해야 한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사업의 실패가 도미노처럼 은퇴를 위해 준비한 자산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산배분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우선 노후를 대비한 연금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보험사 상품을 권한다. 10년 이상 비과세, 복리로 운용되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장기간 저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창업재원 마련을 위한 적립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매월 저축 및 투자를 하고, 상여금과 보너스 등을 꼼꼼히 아껴 추가로 적립하는 것이 좋겠다. 통장에는 ‘10년 후 창업 자금’이라고 기입하는 등 자신이 그린 목표를 생각하며 동기 부여를 한다면 재원을 마련하는 시간은 한결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무리한 대출과 빚으로 시작해 실패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업을 위해 모든 주머니를 털어 투자하는 묻지마식 '몰빵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변씨가 목표한 창업자금은 약 1억원이다. 5년 후 1억원을 만들기 위해 연 평균 8%의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하면 매월 약 140만원을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변씨 가정의 현금흐름을 파악해보니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적립할 수 있는 월 잉여금액은 100만원이다. 100만원을 5년 동안 꾸준히 연평균 8% 수익률로 적립했을 때 만기수령액은 약 7100만원(세금우대)이다. 매년 적립할 수 있는 상여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방법 등으로 2500만원을 더하면 목표한 목적자금 1억원에 가까운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예상 퇴직금 8000만원 중 5000만원은 은퇴 후 생활자금을 위한 연금자산으로, 3000만원은 사업운영에 필요한 비상예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국내펀드와 중국펀드 투자는 고점대비 저가매수 할 수 있는 현재 시점을 장점으로 삼아 적립식으로 분할 매수하고, 안정적인 적금상품에 병행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5년 후를 목표로 목적자금을 만들 수 있겠다.

종신보험의 특성은 고액의 사망보험금으로 유가족들의 생활자금으로 삼거나 상속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납입보험료의 40~70%가 사망보험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싼 편이다. 살아있을 때 병원비 등의 위험리스크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면 암과 성인병, 각종 수술, 입원비에 대해 실제 들어간 병원비 전액을 지급하는 손해보험(실손보상) 상품이 저렴한 보험료에 폭 넓은 보장자산을 만드는 방법일 수 있겠다. 보장성보험의 해약환급금으로는 부채를 조기에 정리해 이자비용 감소 효과는 물론 저축금액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삼는다.

◆일보 후퇴, 이보 전진…지금은 관망 유지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사항으로 상가(점포)의 지역선정 및 수요고객의 조사와 마케팅을 꼽을 수 있겠다. 지리적 위치와 수요 고객의 니즈에 따라 매출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변씨의 경우처럼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사전에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지역과 아이템 등을 무기로 틈틈이 시장조사를 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첩경이 될 것이다.

불황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창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쩌면 미친 소리로 들릴 수 있겠다. 역발상으로 현재 상가임대시장은 매수자는 없고, 매도자들의 투매현상으로 매물의 가격대가 현저히 낮게 형성돼 있는데, 이는 유독 한국에만 있는 권리금이 바닥에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의 관광 명소이고 주말에는 연인들로 항상 북적거리는 서울 종로의 인사동, 매도자가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 이곳 역시 매물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매수자에게는 폭 넓은 매물을 비교해 살펴보고, 가격흥정에 있어 우위에 설 수 있어 매물을 저가매수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직장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 독립영업점을 오픈해 운영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직원관리와 고객관리,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재(재료) 매입과 관리, 인허가, 세무, 회계, 소방, 위생 등 생각하고 판단할 것들이 매일 반복된다. 순간의 선택이 생각했던 사업방향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오너는 항상 신중해야 하며 직원보다 더 많은 활동과 고민이 따른다. 그러기에 사전지식과 철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퇴직 혹은 은퇴 후에 유독 외식업계에 진출하려는 사람이 많다. 장사가 안 되면 본인이 남은 음식을 다 해치우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어려운 경기 속에도 언제나 상위 10%는 꾸준한 매출을 보이고 있다. 그 이면에는 2~3대째 내려오는 맛의 비법이나, 오너의 특별한 장인정신과 근면 성실한 노력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