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사면초가…"가격 올리자니 소비자 울상·버티자니 손실만"

서혜림 기자 =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순이익을 생각하면 제품 가격을 조정해야만 하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리게할까 쉽사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연휴(4~6일)에 만난 상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 소재 족발가게 이모 사장은 현재 2만8000원인 족발 소(小)자를 최소 3만원까지는 올려야 이익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쉽사리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배달 업체도 쓰고 해서 8개월 전에 어쩔 수 없이 족발 소자를 3000원을 올렸다. 그 때도 손님들의 핀잔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올리면 우리 가게 단골들이 떠나갈 수도 있다"고 곤란해했다. 그러면서 7월까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모씨는 "우유, 매장컵, 원두, 시럽, 인건비 다 올랐다. 커피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이 줄까봐 1원도 못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커피값을 300~500원씩 인상함에도 개인 카페들은 그나마 가게를 찾던 단골들의 발걸음이 끊길까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거리두기 해제 후 매출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원자잿값 급등으로 순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씨는 "매출액이 늘어도 결국 거리두기 해제 전과 순이익이 똑같은 수준이다"며 "코로나가 극심했던 상황과 결국 같다"고 전했다.

충북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유가 상승으로 매출액이 15%정도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0%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폭등해도 너무 폭등했다. 매출액이 오른 것은 하등 도움이 안 된다"며 "소비자도 울상이고 우리도 울상이어서 가격 안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도 표정은 어둡기 매한가지다. 경기도 의정부 전통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박모씨는 "오징어같은 경우 도매가가 1묶음에 8만원하던 것이 10만원으로 올랐다. 전반적으로 15~20%정도 원자재가가 오르고 있다"며 "매출이 준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영업이익률이 줄었다. 만약 하루에 100을 번다면 10씩 계속 이익이 빠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돼 상권에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물가가 역대급으로 고공행진을 하면서 소상공인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고 약 1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으로 기록됐다. 경유(45.8%), 휘발유(27.0%), 돼지고기(20.7%), 수입쇠고기(27.9%),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등 유가부터 식재료, 전기·가스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하면서 거대한 물가 오름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물가 폭등은 소상공인들이 보는 경기전망도 흐리게 만들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달 18~22일 소상공인 사업체 24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 6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전월 대비 13.9포인트(p) 낮아진 87.1로 나타났다. 이들 중 13.0%는 원재료비와 유가, 금리 상승을 전망 BSI 악화 이유로 꼽았다.